데이터 이동 서비스 ‘지온네트웍스’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공정위 신고
지온 “팩시스템 기술 안쓰곤 불가능”
SK선 “자체 개발 추진해 왔던 것”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공정위 신고
지온 “팩시스템 기술 안쓰곤 불가능”
SK선 “자체 개발 추진해 왔던 것”
국내 1위 이동통신 회사로 지난해 매출이 17조원을 넘는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자회사를 통해 연 시장 규모가 40억원밖에 안 되는 벤처기업 영역에 발을 들여놨다가 기술 도용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형사고소까지 당했다. ‘상생경영’을 외치면서 고객 스마트폰에 앱을 추가로 깔아 마케팅에 활용할 기회를 갖기 위해 벤처기업 먹거리를 빼앗고, 그 과정에서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의 처남 회사를 도우려고까지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휴대전화 교체 때 쓰던 것에 담긴 전화번호부와 사진 등을 새것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솔루션) ‘모비고’를 공급하는 지온네트웍스는 에스케이텔레콤(이하 텔레콤)의 자회사 에스케이플래닛(SKP·이하 플래닛)을 지식재산권 침해 및 업무방해와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고,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업체는 “플래닛이 같은 기능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모회사인 텔레콤에 납품하면서 지온네트웍스의 기술을 도용하고 업무를 방해했다. 대기업이 벤처기업 기술을 도둑질해 이익을 취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온네트웍스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전국 대리점에 모비고를 납품하는 협력업체였다. 텔레콤의 요청을 받아 2013년 1월부터 이 업체의 전국 대리점에 모비고를 공급했다. 지온네트웍스는 2000년 삼성전자 출신 엔지니어 3명이 설립한 벤처기업으로, 그동안 케이티(KT)와 엘지유플러스(LGU+)의 대리점과 전국의 이동통신 판매점을 대상으로 모비고 매출을 늘려왔다. 지난해 매출액은 40억원가량이다.
하지만 2013년 말 플래닛이 모비고와 유사한 기능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텔레콤의 전국 대리점과 판매점에 공급하는 ‘세이브 앤 싱크’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텔레콤과 지온네트웍스의 협력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플래닛은 소프트웨어(뒤에 ‘클링크’로 이름 붙였다가 ‘클링크+’로 변경) 개발을 ‘인크로스’란 회사에 맡겼고, 인크로스는 이를 다시 팩시스템이란 곳에 재하청을 줬다. 지온네트웍스 쪽에서 보면, 모비고를 납품해오던 텔레콤의 대리점과 판매점 시장을 놓고 텔레콤의 자회사인 플래닛과 입찰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게다가 플래닛의 파트너인 인크로스는 최태원 회장의 처남인 노재헌 변호사가 대주주로, 50.5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텔레콤의 2015년치 소프트웨어 납품업체 선정 입찰을 며칠 앞두고, 플래닛 쪽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고 있던 팩시스템과 이 회사의 지식재산권이 지온네트웍스에 인수됐다. 하지만 텔레콤은 예정대로 입찰을 강행했고, 플래닛이 압도적인 점수 차로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이에 모비고의 텔레콤 대리점 납품은 지난해 말로 중단됐고, 올해부터는 플래닛의 클링크+가 납품되고 있다.
지온네트웍스의 윤대원 전략본부장은 “플래닛이 팩시스템의 기술 없이 며칠 만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기술 테스트에서 모비고를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눌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입찰 때 기술 평가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텔레콤의 대리점들이 플래닛의 클링크+가 제구실을 못한다고 아우성을 치고, 입찰 두달 전에 텔레콤의 구체적인 기술 테스트 계획이 플래닛 쪽에 알려진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고 공정위 신고 및 형사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이용자 불편을 이유로 스마트폰 출시 때 기본 설치되는 앱 수를 제한하자, 텔레콤이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해 고객 스마트폰에 앱을 추가로 깔아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업 기회를 얻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플래닛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가입자 개인정보가 빠져나갈 여지를 줄이자는 취지로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했고,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 인크로스와 관련해선 ‘불편한 부분’이긴 하지만 중간에 빠진 만큼 논란거리로 삼을 게 못 된다. 기술을 도용했으면 정부 산하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을 해보자는 지온네트웍스의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했겠느냐”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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