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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재난구조를 부탁해, 휴보! 고마워, 드론 택배!

등록 2015-09-04 16:45

[휴먼테크놀러지 어워드] 사람친화적 기술
6월6일 미국 캘리포니아 퍼모나에서 열린 재난로봇 경진대회에서 한국과학기술원 팀카이스트의 휴보가 우승해 2000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경진대회는 로봇이 차량을 스스로 운전해서 경기장 문을 열고 들어간 뒤 냉각수 밸브 잠그기, 전동공구로 벽 뚫기, 계단 오르기, 소방호스 연결하기 등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다. 재난로봇 경진대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계기가 되었다. 만약 방사능 누출 사고 초기에 사람이 진입할 수 없는 원전 내부에 로봇을 투입해 냉각수 밸브를 잠글 수 있었다면 멜팅다운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뒤늦은 깨달음이 배경이었다. 올해 카이스트 휴보는 8가지 임무를 44분28초에 완수하며 ‘세계 최고의 재난로봇’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2~3년 전만 해도 문 열기 과제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각국 참가 로봇들의 역량이 빠르게 개선되었다. 지금의 기술발달 속도라면 재난로봇은 몇 년 안에 각종 재난 현장에 투입돼 위험한 구조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 사람을 위해 진화하고 있는 현장이다.

이번 재난로봇 경진대회를 주최한 곳은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이다. 인터넷의 초기 버전인 아르파넷의 못자리 구실을 한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은 근래에는 무인자동차 경진대회를 개최하며 이 분야 기술발전을 선도해왔다. 공상과학영화 속 로봇만 현실화된 게 아니다. 운전자 없는 자율운전 자동차가 구체화하고 있으며, 무기 아니면 장난감 취급을 받던 무인비행체(드론)가 취미활동을 넘어 택배와 촬영 같은 다양한 실용적 목적을 위해 쓰이고 있다.

‘마법의 도구’ 된 스마트폰 등
첨단기술 놀라운 속도로 발전
사용자가 개입할 여지는 적어
기술의 노예 아닌 주인 되려면
충실한 정보와 선택권 주어져야

다양한 첨단기술의 발전 속도가 실로 숨가쁘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테크놀로지 리뷰>의 2012년 조사 결과를 보면, 스마트폰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보급된 기기로 확산 속도가 일반전화의 열 배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맨 앞줄에 있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시설에서 뚫어져라 손바닥에 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이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 젊은이들이었는데, 이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서 잠을 자거나 동행과 대화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가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한 채 이동한다. ‘얼리어답터 국가’라는 표현답게 초고속인터넷만이 아니라 모바일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수용과 보급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빠르기, 그야말로 ‘엘티이’(LTE)급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 4월 펴낸 보고서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세대간 미디어 이용 특징 변화’를 보면, 20대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7.2%다. 2011년 20~30대의 절반 수준도 안 됐던 40대의 스마트폰 보급률도 3년 만에 90%가 됐다.

누구나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각자의 용도와 사용목적은 제각각이다. 뉴스 읽기, 영화 감상, 카카오톡 대화, 프로야구와 드라마 시청, 모바일 쇼핑, 게임하기, 업무용 이메일 회신, 음악 감상 등 실로 다양하다. 겉으로는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동일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은 이러한 다양한 목적의 행동을 모두 가능하게 해주는 만능도구이기 때문이다. 2기가헤르츠(㎓) 처리속도의 두뇌(칩)를 탑재한 최신 스마트폰은 냉전시대 초강대국간 경쟁을 벌이던 슈퍼컴퓨터보다 강력하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인터넷에 있는 거의 모든 정보에 바로 닿을 수 있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만능도구를 손안에 늘 지니고 있지만 극히 제한된 용도로 쓰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은 아이도 조작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고 편리하다. 뒤집어보면, 기술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또 기기 사용으로 자신과 사회가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될지 전혀 학습하지 않은 채로 기기를 손에 쥐자마자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케이티(KT)경제경영연구소가 2014년 닐슨코리아 자료를 분석한 ‘스마트폰 도입 5년, 모바일 라이프 변화’ 보고서를 보면, 음성통화를 제외한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219분(3시간39분)이다. 사용량이 가장 많은 20대는 하루 사용시간이 4시간(240분)을 넘고 10대는 이에 육박한다. 늘 휴대하는 개인용 통신기기라는 특성이 장시간 사용의 배경이다. 외국의 조사 결과, 스마트폰 사용자의 90%가 24시간 내내 스마트폰을 신체로부터 반경 3피트(약 1m) 안에 두고 있다.

구글이 만든 무인자동차
구글이 만든 무인자동차
강력한 기능, 다양한 성능과 멀티태스킹, 개인화 통신기기, 인터넷 연결성, 광범한 보급률, 뛰어난 휴대성, 긴 사용시간, 손쉬운 사용법이란 특성이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에 모두 탑재돼 있다. 스마트폰이 ‘마법의 도구’가 된 까닭이다. 1988년 제록스의 팰로앨토 리서치센터(PARC)의 마크 와이저 박사가 일찍이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본질을 ‘숨어버리는 기술’이라고 규정하고, 공상과학 작가 아서 클라크가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한 대로다.

‘마법의 도구’는 양날을 지녔다. 스마트폰은 누구에게나 가장 강력하고 편리한 도구이지만, 사용자가 그 기술의 특성과 영향에 대해 가장 이해하지 못한 채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는 도구이다. 학습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하고 편리한 도구, 여기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복잡한 기술에 더 의존하게 되었지만 특정 부문에 대한 사용자의 개입은 어려워졌다. 우리가 기능을 잘 모르고 각 부분이 전체 시스템과 연동되어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개입할 여지를 별로 남겨두지 않으면서 기술은 더 복잡하게 발달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사회학자 자크 엘륄은 “기술이 자율적이 됐다”고 말한다.

기계학습을 통해 스스로 오류를 개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강한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인류의 미래가 위협받는다는 최근 공상과학영화의 줄거리가 아닐지라도, ‘마법의 도구’는 설계자의 의도가 중요하다. 스마트폰에서 우리가 맛보기 시작한 디지털 기술은 각종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장치와 비콘, 드론 등의 기기가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면서 더욱 마법과 같은 영역을 향해 발달할 것이다.

정보기술 기업들의 기술방식과 서비스 정책은 일상에 알게 모르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애플의 스마트워치, 구글의 무료 무제한 클라우드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라우저 끼워팔기, 페이스북의 전체 공개 디폴트 세팅 등처럼 플랫폼 차원의 서비스에서 사용자의 선택권은 거의 무의미하다. 개발자와 서비스 제공자의 의도에 사용자가 따라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주요 정보와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수단은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다. 디지털 사회에서 지배적인 기술과 서비스에 대해 사용자들의 의존도는 점점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네트워크 효과로 말미암아 디지털 기술은 플랫폼을 장악한 업체 한두곳에 의해 시장이 지배되는 경향이 있다. 실질적 경쟁이 어려운 만큼 지배적 사업자의 의도가 중요한 이유다. 개발자나 기업의 필요가 사용자보다 앞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착용자를 슈퍼맨으로 만들지만 다른 사람을 감시할 수 있는 구글 안경, 스마트폰 사용자의 모든 이동 기록을 서버에 저장해온 애플의 위치정보 기록, 사용자들이 특정 포스팅에 어떻게 영향받는지를 실험한 페이스북 감정조작 실험 등이 사례다.

디지털 기술의 사용자가 강력한 힘과 기능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려면,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통제력이 필수다. 사용자에게 충실한 정보와 함께 선택권이 주어져야 ‘똑똑한 선택’(informed choice)이 가능해진다. 강력한 성능과 다양한 기능이 품은 영향력만큼, 디지털 기술에 대한 사용자 주권이 중요하다. 모든 기술과 제품이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다. 식품이나 의약품에 표기된 안내와 부작용 정보는 소비자들의 안전의식과 사회적 요구의 산물이다. 아이폰의 애플 지도, 구글 와이파이 정보 수집, 페이스북 감정실험 등은 사용자들의 반발과 그에 따른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졌다.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는 갈수록 의존도와 영향력이 커져가는 디지털 기술에 대해 사용자의 정보주권을 보장하고 ‘똑똑한 선택’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용자를 배려한 사람친화적 기술이 점점 똑똑해지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시장의 선택에 부응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했다.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과 의존도가 커진 만큼, 그에 대한 사용자 주권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마법의 도구’를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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