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대비책으로 소프트웨어 능력에 대한 요구가 높다. 정부도 정보화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8년부터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코딩교육’을 의무화했다. 요즘 서울 강남 등에는 컴퓨터 코딩을 가르치는 학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며 경진대회도 많다.
대학들의 컴퓨터 전공학과들도 최근 지원자가 몰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3월의 알파고 충격 여파다. 미래는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화 기술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설계·개발 능력은 경쟁력 높은 직무능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래의 모습을 지나치게 확신하면서 준비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시대 직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과 대화에서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질문이 있었다. “10년 넘게 프로그래머로 일해오고 있는데, 최근의 이 분야 기술 발달을 접하면서 나의 직업적 미래에 대해 불안하다. 이제까지는 앞으로 10~15년 뒤까지는 프로그래머로 내가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최근의 기술 발달을 보면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든다. 그래서 최신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열심히 학습해서 새로운 능력을 갖추려고 노력하지만, 기술 발달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내가 배우는 속도 이상으로 새로운 프로그래밍 기술이 나온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기술의 빠른 발달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가?”라는 내용이었다.
네이버·카카오 등 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이들도 지난해 알파고를 보면서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고 말한다. 미래에 소프트웨어 능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아 코딩교육 열풍이 일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직업적 미래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 윈도 방식의 컴퓨터가 나오면 도스 명령어 기반의 컴퓨터 능력이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 이 분야에선 일상이다. 1990년대말 정보검색사 자격증이 인기였던 적이 있다. 검색엔진 성능이 좋아진 지금은 무용지물이다.
질문한 분께 답변했다. “미래는 어차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에 조금 더 준비된 사람은 더 나은 기회를 얻게 될 겁니다. 기술이 발달해도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을 하루아침에 모두 없애는 방식은 드뭅니다. 사자가 누 떼를 공격해도, 모든 누를 다 포식하지 못합니다. 늘 주의를 살피고 준비하는 자에겐 누구보다 생존의 길이 넓습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