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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로봇박사’ 석상옥 “사람과 부딪히면 로봇이 부서져요”

등록 2018-03-21 18:06수정 2018-03-21 20:44

‘사람과 로봇이 잘 지내게 하는 법’ 주목
“사람과 마주치면 그 자리에 멈추게 설정”
MIT 박사과정 때 지렁이로봇·치타로봇 개발
지금은 사람 곁에서 돕는 ‘생활로봇’에 집중
“로봇이 무서워하는 것은 호기심 많은 아이들
로봇 보면 말 시키고 때리고 올라타기까지”
때리면 죽은 척하는 교육용 로봇 만들기도
석상옥 리더가 개발실 입구에서 직접 개발한 생활로봇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석상옥 리더가 개발실 입구에서 직접 개발한 생활로봇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길을 걷다 다른 사람과 마주칠 때 옆으로 피하는데 상대도 같은 쪽으로 움직이기를 반복해 서로 민망해하는 경험을 자주 한다. 그럼 공항과 서점 등에서 사람들과 섞여 이동하며 안내하거나 짐을 나르는 로봇과 마주쳤을 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네이버 사옥에서 만난 네이버랩스(네이버 연구개발 자회사)의 석상옥(43) 로봇개발 리더는 이런 질문에 “로봇을 개발할 때 사람과 마주치면 그 자리에 딱 서도록 하고 있다. 피해 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 로봇과 부딪히면 아프거나 다치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는데, 공장이나 군용 로봇은 딱딱하고 힘이 세지만, 생활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로봇은 겉의 소재를 플라스틱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으로 만들어 사람과 부딪히면 로봇이 부서지게 설계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생체모방로봇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 중에 지렁이로봇과 치타로봇 등을 개발했는데, 당시 쓴 논문은 지금도 로봇공학 쪽에서 많이 읽히는 순위 5위 안에 들고 있다. 이후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입사했다 2015년 9월 네이버랩스로 옮겨 로봇개발팀을 이끌고 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을 생활도구 속에 구현한다는 전략에 따라 네이버랩스에 로봇개발팀을 꾸려 ‘생활로봇’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발자회의(데뷰 2017)에서 무거운 짐을 가볍게 나를 수 있게 하는 수레 모양의 ‘카트’, 서점에서 책을 수거하는 ‘어라운드’, 등에 짐을 진 채로 계단을 오를 수 있는 ‘치타’, 사람과 악수를 하고 사람 팔과 부딪쳐도 상해를 주지 않는 로봇 팔 등 10여종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아직은 연구개발 단계로, 언제 어떤 형태로 상용화할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어라운드를 만들어 부산의 한 서점에서 현장 테스트를 할 때였다. 사람과 마주치면 피해 가기를 반복하더니 구석으로 몰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더라. 특히 아이들이 따라다니며 장난을 치니까 로봇이 바보가 되더라.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의 팔다리를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로봇과 사람의 상호작용(HRI) 쪽도 신경을 쓰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로봇도 사람과 상호작용이 떨어지면 제 기능을 못하고, 때로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석 리더는 “아이들에게 로봇은 ‘피리 부는 사나이’와 같다. 떼를 지어 로봇을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오죽하면 로봇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다룬 논문에 ‘아이를 만났을 때는 아이의 부모를 찾아 도움을 청하게 하라’는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석 리더는 로봇과 잘 지내도록 아이들을 교육하는 로봇 ‘쉘리’도 개발했다. 거북이 모양의 이 로봇은 아이들이 때리거나 올라타면 등가죽 부분을 밝혀주는 엘이디(LED)가 꺼지면서 발과 머리가 몸속으로 들어가며 죽은 것처럼 되고, 이쁘다고 쓰다듬어주면 등이 밝은색으로 바뀌며 발과 머리를 내놓도록 설계됐다. 네이버랩스는 쉘리를 통해 ‘14초 룰’을 발견해 논문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괴롭힐 때 정확히 14초 동안만 죽은 척하고 있으면 다시는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오래 죽은 척하면 아이들이 로봇에 흥미를 잃고 떠난단다.

석 리더는 요즘 일반인을 상대로 생활로봇에 대해 얘기할 때 지렁이와 고라니 같은 동물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고, 로봇을 개발해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지는 등 실패한 경험을 사진과 동영상까지 곁들여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를 즐겨한다. 로봇에 친근감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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