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길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타다가 실업·질병·상해·노령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드라이버들을 보호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드라이버에게 가입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따져보면 전업 드라이버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라 실제로 이 프로그램의 적용을 받는 이들은 전체 드라이버의 절반에 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타다는 지난 12일 타다를 독립 법인으로 분할한다고 밝힌데 이어 이날 자체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발표까지 하면서, 오는 19일 이재웅 쏘카 대표 등의 ‘여객법 위반’ 1심 선고를 앞두고 여론전에 부쩍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타다는 14일 보도자료를 내어 “타다 드라이버들이 주요 사회적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타다 파트너케어’ 정책을 수립, 오는 4월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타다 파트너 케어’는 상해·실업·건강·노령케어 등 4가지로 이뤄진다. 타다 쪽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긱(gig) 노동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음에 반해 이들을 사회적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는 아직 정비되지 않은 시점에서, 타다가 자체적으로 제도 보완에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드라이버들이 지금처럼 프리랜서로서 스스로 운행시간과 요일 등을 정해 자유롭게 운행하면서도, 기존 근로자들과 같이 각종 사회적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상해케어 상품을 설계하는 보험사와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예상되는 비용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상품 설계가 진행중”이라는 등 이유를 들며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타다는 네 가지 프로그램의 가입 대상을 제한하지 않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급조건을 살펴보면 전업으로 일하는 이들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실제로 ‘타다 파트너 케어’의 적용을 받는 이들은 전체의 절반 혹은 그 이하일 것으로 보인다. 먼저 프로그램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모든 드라이버가 가입 대상인 상해케어는 드라이버가 운행 중 업무상 재해를 입었을 경우 치료비와 일을 못하는 동안의 손실에도 대비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관련 비용을 전액 타다가 부담한다. 실업케어는 타다가 자체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으로 전직 등 과정에서 수입중단 위험에 직면하는 것에 대비하는 취지로 설계됐다. 회사와 드라이버가 6:4의 비율로 비용을 부담한다. 건강, 노령케어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와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임의가입자, 임의계속가입자인 드라이버들을 대상으로 희망을 받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가 부담하는 수준 만큼 현금으로 지급한다.
그런데 지급 조건을 보면 실업케어는 6개월 동안 하루 8시간씩 한 달에 25일을 일하는 등 1년에 1200시간 이상 차량을 운행한 이들이 대상이다. 건강·노후 케어도 월 200시간 이상 운행해야 지급 조건을 맞출 수 있는데 이는 주 50시간, 하루 8시간씩 주 6일 이상 운행해야 한다. 실제로 타다에 운전기사를 공급하는 용역업체의 대표는 “하루 8시간씩 주 6일, 월 200시간 이상 운행하는 이들은 전체의 20%선”이라며 “타다가 용역회사마다 하루에 최대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하고 있어서 지급 기준 시간을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 월 200시간을 운행하려면 한달 30일을 휴일 없이 일해도 아슬아슬한 정도”라고 말했다. 타다가 말하는 것처럼 프리랜서로 스스로 운행시간과 요일 등을 정해 자유롭게 운행하면서 사회적 위험에 대비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쏘카 쪽은 “드라이버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사회보장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드라이버들이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타다가 만든 것"이라며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타다를 포함한 각종 플랫폼에서 일하는 이들의 노동자성을 두고 전세계적으로 논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타다는 그동안 드라이버들은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타다 드라이버들이 노동자로 분류되면 고용, 산재 등 4대 보험은 선택이 아닌 의무로 적용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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