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이어 카카오도 지난 1분기(1~3월)에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비대면·언택트 관련 사업을 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또 하나의 기회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항공산업과 중공업 등 전통 산업이 위기의 늪에 빠지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카카오가 7일 발표한 1분기 잠정 영업실적을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684억원, 882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219%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올 초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코로나19가 경기 위축을 불러오면서, 광고 수익 비중이 큰 아이티 업계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네이버가 예상을 깨고 증권가 전망보다 높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카카오도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전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메신저, 커머스, 동영상 등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을 하는 동안 유용한 서비스를 다수 제공하고 있다. 깜짝 실적의 주된 배경이다. 물론 대형 광고주들이 광고 집행을 줄이고 공연매출도 감소한 터라 카카오 역시 코로나19 충격의 흔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대면소통이 어려워지면서 지난 2월 말 카카오톡 채팅앱 이용시간이 주간 최고치를 경신했고, 메시지 수발신, 보이스톡·페이스톡·그룹콜 등의 사용량도 늘었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강, 위생, 실내 활동 관련 배송 선물이 증가하며, 선물하기 서비스의 활용범위가 교환뿐 아니라 배송 선물로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 2010년 카카오톡을 내놓은 이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낮다는 평가도 받았던 금융, 콘텐츠 등의 사업부문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는 중이다. 2010년 3455억원이었던 카카오의 매출은 지난해 3조897억원으로 10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주식시장에 우회상장한 지 5년7개월만에 시가총액도 2조2581억원에서 17조8262억원으로 8배 가까이 불어났다. 카카오는 시총 기준 국내 상장사 중 12위다. 업력 10년 수준인 카카오가 에스케이텔레콤(SKT)·현대모비스·포스코와 같은 굵직한 재벌그룹 계열사보다 더 높은 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는 얘기다.
‘비대면 일상’으로 가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카카오의 성공 방정식은 앞으로도 이어질 여지도 크다. 이날 카카오 주가가 상장 이후 처음으로 20만원을 돌파한 배경에는 깜짝 실적 발표에다 이런 기대감까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카카오는 비대면 관련 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 대표는 “다가오는 미래에는 원격 근무와 보다 유연한 업무 환경이 일상화될 것”이라며 “우선 원격근무 지원 등의 기능을 갖춘 기업용 종합업무플랫폼 ‘카카오워크’를 올 하반기 정식 출시하며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도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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