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인 초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정책 수립과 감독을 총괄하는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이날 공식 출범했다. 연합뉴스
개인정보를 활용한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와 개인정보 침해 등 부작용의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독립성과 위상을 강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5일 출범했다. 산업계와 시민사회에선 위원회가 ‘개인정보 보호’라는 본연의 구실을 제대로 할지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 더 크고 강력해진 통합 개보위 출범
사실상 행정안전부 산하 조직처럼 운영돼오던 위원회는 지난 2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라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됐다. 예산권과 인사권을 확보한데다 직원도 60명 수준에서 150명 규모로 두배 남짓 불어났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등 여러 부처가 나눠 맡고 있던 개인정보 보호 업무를 모두 수행하게 되면서 업무 범위도 크게 넓어졌다.
이런 변화는 현 정부가 개인정보 활용을 바라는 산업계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여 관련 규제를 크게 완화한 것과 관련이 깊다. 규제를 푼 만큼 활용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침해와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감독기구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올해 초 개인정보보호법 등 데이터 3법 개정이 가명 처리를 한 개인정보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방안과 위원회의 위상과 권한도 강화하는 방안을 모두 포괄한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국제사회 요구도 개보위 출범을 가져온 주요 동력이었다. 유럽연합(EU)은 유럽연합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사업을 하려는 기업은 자체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적정성 평가를 해당 기업이 소속된 국가에서 반드시 통과하도록 못박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과 2018년 두차례 해당 평가에서 탈락했는데, 그 사유로 한국의 개인정보보호기구의 독립성 부족이 꼽혔다. 위원회의 독립성과 위상 강화는 산업계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지는 대목이 있다는 얘기다.
■ 실효성 있는 정보주체 권리 보호 가능할까
위원회가 안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개보위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의 산업정책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정부를 견제, 감독하는 기구 구실을 해야 하는데, 그러한 정체성이 뚜렷해 보이지 않는 탓이다. 이날 윤종인 위원장의 취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윤 위원장은 “개인정보 보호 분야 컨트롤타워로서 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기업의) 데이터 처리에 대한 실태 점검을 통해 침해사고 발생 시 엄격하게 처벌하겠다”면서도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을 수행할 핵심 부처가 돼야 한다”거나 “활용과 보호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시민사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참여연대 등 10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4일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출신인 현직 고위 관료 두분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았다. 과연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된 비상임위원 구성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여당 추천 몫으로 위원 자리를 꿰찬 서종식 변호사는 경희대 법학과를 졸업한 문재인 대통령 후배이며, 지난해엔 더불어민주당 광양·곡성·구례 지역위원장에 도전하기도 했다. 전문성보다는 다른 이력을 평가받아 초대 위원에 임명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 상임위원(위원장·부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 중 3명만 야당 추천 몫이고 6명은 국무총리·위원장·여당 몫이라 위원회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이병남 위원회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은 정·부위원장에 모두 관료가 임명된 데 대해 “오랜 공직생활을 했던 이들은 산업계 등 다른 영역에서 온 이들보다 균형감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위원회는 개인정보 보호 최후의 보루로서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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