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어떻게 재활용되고 있는 걸까?’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가 머릿속에 늘 가졌던 의문이다. “답을 추적하다 보니 재활용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사용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일회용품 없는 카페는 가능한지 실험을 해보고 싶었죠.” 정 대표는 2018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를 연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 대표의 시도는 서대문구를 ‘이상한 동네’로 만들며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낳고 있다. ‘일회용품 안 쓰기 실험’을 함께 하겠다고 손을 내민 카페가 서대문구에만 12곳이고, 일주일 동안 카페에서 일회용품을 안 쓰는 ‘유어보틀위크’에 참여하는 카페는 60곳에 이른다. 이제는 참여 기간도 한 달로 늘었다. 그는 “일회용품을 안 쓰는 사람들이 많은 ‘참 이상한 동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동네가 바뀌고 있다고 느껴져 정말 뿌듯했다”며 “‘불편해도 불쾌하지 않게 제안하기’를 고민하며 ‘나의 세계’부터 바꿔가고자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자유 누구나데이터 대표. 그가 하는 일은 비영리조직이 디지털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마케팅과 모금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글로벌 빅데이터 기업에서 분석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비영리조직들이 디지털 마케팅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비영리조직의 생존 문제로 이어질 문제라 꼭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비영리단체 리셋의 최서희(활동명) 대표는 금전 후원을 받지 않는다. 단체를 운영하고 활동을 하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하지만 리셋을 후원하는 사람들은 결국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이거나 예비 피해자인 여성들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소리 없이 사회를 바꿔나가는 사람들. 카카오의 사회공헌 재단 카카오임팩트가 이들 세 사람을 비롯해 사회 혁신가 11명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월 200만원의 활동비를 2년간 지급하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 시즌1 프로젝트를 16일 시작했다. 카카오 쪽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소셜임팩트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카카오임팩트의 핵심 사업”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사회 혁신가를 선정해 활동비, 홍보채널,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1기 펠로우에 뽑힌 11명은 이들 외에도 환경 분야에서 고금숙 환경운동가, 장애 분야는 장정윤 핸드스피크 대표, 변재원 소수자정책연구자,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기술 분야에서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가 선정됐다. 김재순 유스보이스 대표(교육),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미디어), 유명상 협동조합 청풍 대표(로컬)도 각각의 분야를 대표해 뽑혔다.
카카오임팩트의 펠로우는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가 명확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며 △작은 성공일지라도 활동을 통해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을 선하게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총 4가지 기준을 갖고 선정된다. 올 하반기까지 최대 30명 혁신가를 선정해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시즌2’도 예정돼 있다.
사회공헌재단이 혁신가를 선정해 활동비 등을 지급하는 형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16년부터 5년 동안 카카오 주식을 기부했던 아쇼카 재단의 아쇼카 펠로우와 비슷하다. 김 의장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 생태계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자 하는 취지에서 ‘아쇼카 한국’의 ‘미래를 여는 시간’ 프로젝트에 김 의장의 카카오 주식 3만주와 케이큐브홀딩스가 갖고 있는 카카오 주식 2만주를 기부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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