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유튜버 ‘잇섭’(IT Sub)의 유튜브 영상. 유튜브 갈무리
케이티(KT)가 10기가(GiGA) 인터넷을 개통하면서 고객과 계약한 최저보장속도보다 느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로 5억원의 과징금을 내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제30차 회의를 열어 정당한 이유 없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에게 이용약관에 명시한 것보다 느린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이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케이티에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이 회사를 포함한 통신 4사(KT, SK브로드밴드,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제도개선 및 금지행위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을 하기로 의결했다.
앞서 초고속 인터넷 속도 저하 문제는 지난 4월 유명 유튜버 ‘잇섭’(IT Sub)의 의혹 제기로 불거졌다. 케이티의 10기가 인터넷 서비스의 속도를 측정한 결과 실제 속도가 100메가(Mbps) 수준에 그친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함께 발표한 실태점검 결과에선 이같은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 2.5기가 이상 초고속 인터넷 전체 가입자 9125명(올해 3월말 기준)과 올해 1~3월 500메가 이상 인터넷 신규가입자를 표본조사한 결과, 케이티는 인터넷 개통 때 속도를 측정하지 않거나 이용약관에 기재된 최저보장속도보다 낮음에도 이를 고객에게 고지하지 않고 개통을 처리한 비중이 11.5%(2만4221명)에 이르렀다. 경쟁사인 △엘지(LG)유플러스 1.1%(1401명), △에스케이(SK)텔레콤 0.2%(86명), △에스케이브로드밴드 0.1%(69명)에 견줘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케이티 고객 10명 중 1명 꼴로 느린 서비스를 받으며 비싼 이용료를 냈다는 뜻이다.
타사와의 현격한 차이에 대해 케이티 쪽은 “(경쟁사의 인프라가 없는) 도서·산간지역 가입자가 많은 편인데, 고객이 가입한 서비스의 (속도)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는 ‘고객 양해 절차’에도 불구하고 초고속 인터넷 상품 가입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통을 처리한 경우가 많아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케이티의 주장에 대해 이소라 방통위 이용자보호과장은 “케이티의 고객 양해 절차를 보면, ‘통신 품질이 다소 미흡해도 고객의 양해로 개통한다’고 돼 있는데 속도를 아예 미측정하거나 (이용약관상) 최저보장속도에 미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소 미흡’으로 고지한 것을 제대로 된 양해·동의 절차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한 조사결과 케이티의 10기가 인터넷 서비스는 개통을 수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탓에 설정 오류에 따른 속도저하가 발생한 경우도 36회선(24명) 발견됐다. 다만 수동 개통방식에 따른 속도저하 발생에는 고의성은 없다고 방통위는 판단했다.
방통위는 통신 4사에 10기가 상품 등의 최저보장속도를 상향 조정해 보상대상 기준을 끌어올리고, 이용자가 직접 속도를 측정했을 때 기준에 미달할 경우 별도의 보상신청 없이도 통신사가 요금 감면을 자동 적용하도록 올해 안에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시정명령도 내렸다. 이용자들의 피해보상 지원을 위해 올 연말까지 방통위 산하에 ‘인터넷 속도 관련 보상센터’(가칭)도 운영키로 했다.
이날 케이티는 인터넷 품질 향상을 위한 개선책을 발표했다. 케이티는 가입신청서에 최저속도 보장제도를 상세하게 고지하고 이용자 확인 서명을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자사 누리집 ‘인터넷 품질 보증 테스트 페이지’에서 상품별 최저보장속보다 3회 이상 낮게 나올 경우 당일 요금 감면과 서비스 기사의 현장점검을 고객센터가 요청하는 새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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