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매출 실적을 발표한 28일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 샵의 광고판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아이티·모바일(IM) 사업 연간 매출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 밑으로 떨어져 ‘스마트폰 위기설’이 제기됐던 삼성전자가 3세대 폴더블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프리미엄 제품군 강화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 간 점유율 방어를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와 가격 정책에 주력해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7~9월) 경영실적(연결기준)을 집계한 결과 매출 73조9800억원, 영업이익 15조8200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이 포함된 아이엠 부문 매출은 28조4200억원, 영업이익 3조3600억원이었다. 전 분기(매출 22조6700억원 영업익 3조2400억원)에 견줘선 실적이 개선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30조4900억원·영업이익 4조4500억원)보다 감소한 수치다. 올해 3분기 실적은 중저가 제품인 ‘갤럭시A’ 시리즈의 꾸준한 판매에 더해 지난 8월 ‘폴더블폰 대중화’를 내걸고 출시한 ‘갤럭시Z 폴드3·플립3’의 인기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갤럭시Z 폴드3·플립3는 출시 39일 만에 국내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10월4일 기준)해 역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세 번째로 빠른 판매 속도를 보였다. 앞서 ‘갤럭시 노트10’과 ‘갤럭시 S8’이 각각 25일, 37일 만에 판매량 100만대 판매를 넘겼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을 발표하며 “대세화가 시작된 폴더블과 플래그십 제품 확판으로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쪽은 국외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해외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고 말한다.
이런 실적 풍년에도 아이엠 사업부는 올해 상반기에 이어 최근 또 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설에 휩싸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께 착수한 아이엠 사업부의 경영진단을 최근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영진단은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점유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데 대한 위기의식에 따라 시작됐다.
실제 현재의 아이엠 사업부가 꾸려진 뒤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연간 매출 100조원을 넘겨왔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90조원대로 매출이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도 추세적으로 하락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자료를 보면, 삼성의 점유율은 2019년 20.9%에서 지난해 19.6%로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애플은 14.0%에서 15.8%로 상승했다. 상위 5개 업체(삼성·샤오미·애플·오포·비보) 가운데 2019년에 견줘 지난해 점유율이 하락한 건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 하고 있다는 평가도 꾸준히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 위기였던 건 맞지만, 베트남·인도의 생산차질과 반도체 부품 공급난 등 최악의 상황은 좀 지나고 있다고 본다. 최근 3세대 폴더블폰 반응이 우호적이라 향후 프리미엄 시장에서 차별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갤럭시 A시리즈로 보급형 제품 대응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점유율도 반등할 여지도 있다. 다만,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의 지배력이 워낙 확고해지고 있는 건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오는 2026년까지 2017년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회사 쪽은 “파운드리의 경우 평택공장 생산능력 확대와 미국 팹(공장) 신설 검토 등 극자외선(EUV) 공정에서 고객 니즈를 최대한 충족할 수 있는 양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프라와 장비 등 전례 없는 투자를 진행 중”이라며 “이런 계획에 따라 2017년 대비 올해 생산능력이 1.8배 확대됐고, 2026년까지 약 3배 가까이 큰 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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