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콘서트파티·데이트코스 등 ‘연예 판촉’ 분주
“연애 이야기를 팔아라!”
14일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맞아 관련 업계가 연인들을 매혹할 사연 만들기에 분주하다. 밸런타인데이 소비층이 주로 10~20대들인 점을 노려 단순히 선물 마케팅에 그치는 게 아니라 데이트 일정이나 즐거운 사랑 체험들을 제공하는 ‘연애 스토리’ 마케팅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연애 2년차인 안수진(25·회사원)씨 커플은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지난 11일 ‘파리바게뜨’가 개최한 ‘사랑의 케이크 만들기’ 행사에 참여했다. 길모퉁이 빵집을 지날 때면 남자친구와 달콤한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던 기억이 남게 된 셈이다. 안씨는 “지난가을엔 케이티에프 커플 이벤트를 통해 사과따기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며 “좋은 추억만큼 브랜드의 인상도 한결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개인의 연애담과 마케팅을 연결시키려는 아이디어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 자동차·휴대전화·의류 같은 상품들이 소품으로 등장해 간접광고(PPL) 효과를 노리듯, 연인들의 특별한 시간에 소품으로 등장할 기회를 찾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휴대폰 생산업체인 브이케이주식회사는 14일 연인 150쌍을 초청해 콘서트형 파티를 연다.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리는 이 파티에는 이수영의 7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 이은결의 마술 공연 등 8가지 공연이 펼쳐진다. 사랑고백 시간을 유도하는 등 달콤한 스케줄 속에 3월 출시 예정인 슬림 슬라이드폰 VK700C의 시연행사를 끼워넣는 것은 물론이다.
‘커플 접착제’ 구실을 자처하기도 한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2월14일 밸런타인데이와 한달 뒤 3월14일 화이트데이를 연결하는 ‘테일 마케팅’을 내세웠다. 홈플러스에서 초콜릿이나 선물을 구매하면 엽서를 받게 되는데, 이를 한 달 뒤 화이트데이 사탕 구매 때 제출하면 100쌍을 추첨해 고급 커플링을 준다. 삼성전자는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맞춰 시판되는 ‘초슬림 슬라이드폰 화이트’의 판촉을 위해 ‘네이버 사랑고백’을 내걸었다. 하루 1천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포털 사이트에 14일 하루 사랑고백을 띄워 추억거리를 만들어주는 이벤트엔 5천여명의 신청이 밀려들었다.
현대백화점은 아예 테마별 데이트 코스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서울 신촌점 등 5개 점포가 10만원 이상 구매자 가운데 150쌍을 추첨해 쇼핑·웰빙·문화·예술 체험 데이트 스케줄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 생활문화팀 우인호 부장은 “선물 목록만 제공하는 것은 옛날식 장사이고, 사람들의 감정 커뮤니케이션의 통로를 파악해야 한다”며 “사람들에게 즐거운 기억을 남기고 그 안에 제품 이미지를 배치하는 게 가장 자연스런 마케팅”이라고 강조했다.
정세라 서수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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