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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안쓸 날 오겠지만…안 쓸 수 없잖아요”

등록 2022-03-22 15:16수정 2022-03-23 02:34

화석연료 LNG의 역설
석탄·석유 대체 에너지원이지만
원전·신재생에 정책순위 밀려
러시아산 공급 막히자 존재 부각
“효율적 사용 위한 정부 관심 필요”
LNG 탱크 터미널. 게티 이미지
LNG 탱크 터미널. 게티 이미지
“엘엔지(LNG·액화천연가스)? 안 쓸 수 없죠. 오히려 사용이 늘어날 겁니다.”

한 석유업체 임원은 최근 <한겨레>에 “정권이 바뀌어도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는 관심 밖의 영역이 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까지도 ‘탈원전이냐 원전이냐’에만 초점을 둘 뿐 화석연료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에 대한 소외감과 서운함을 털어놓은 것이다.

기후위기 의제가 중요해지면서 화석연료가 설 자리는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여전히 화석연료를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꼽는다. 그 중에서도 엘엔지는 석탄·석유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저탄소’로 가는 길목에선 가장 현실적인 대체 에너지로 평가받는다. 특히 ‘전기화’가 대세인 흐름에서 원전과 별개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그나마 ‘덜 더러운’(환경오염을 덜 시키는) 엘엔지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산업계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엘엔지는 2020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26.4%를 채워주는 발전원이다. 원자력(29.0%) 발전량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더욱이 엘엔지는 화물차·선박 같은 ‘수송 연료’로도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화석연료임에도 엘엔지를 ‘녹색 에너지’로 분류한 것도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서라고 볼 수 있다.

엘엔지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도 증가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기준으로 2018년부터는 엘엔지의 사용량이 석탄을 넘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석탄과 석유의 소비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데 비해 엘엔지 사용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사태는 이를 더욱 분명하게 해줬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막히면서 여기에 의존하던 유럽 대륙에서 아우성이 터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0일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막힌 유럽연합이 한국의 한 해 소비량에 버금가는 엘엔지를 추가로 가져올 새 공급처를 시급히 찾아야 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공급 부족으로 엘엔지 가격이 오를 경우, 전기요금이 엄청나게 비싸게 부과될 것이고, 결국 신흥 국가에서 더 더러운 연료(석탄·석유)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붙였다.

우리나라에선 엘엔지가 석탄·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정유사들은 난방·발전 연료로 사용하던 벙커씨유를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엘엔지로 전부 교체했다. 에스케이 이엔에스(SK E&S)는 환경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도입한 해외 가스전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평가받는 수소 에너지도 현재는 대부분 엘엔지로 만들어낸다. 신재생에너지로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그린 수소’는 아직 갈 길이 멀고, 전 단계인 ‘블루 수소’ 역시 미완성 기술인 탄소포집저장이 완벽히 구현돼야 가능하다. 수소 연료 발전도 아직은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한 정유업체 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엘엔지도 석유처럼 결국 놓아야 할 에너지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직까지는 엘엔지를 대체할 에너지원이 없는 상황”이라며 “엘엔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거나 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등의 고민과 지원이라도 해주는,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계속 무관심했다가는 에너지 공급망의 큰 허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엘엔지는 화석연료란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점차 엘엔지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상황이 기후위기 측면에서 결코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브릿지 연료’란 이름으로 발전이 더 늘어나는 추세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도 크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현재 존재하는 가스전만으로도 기후위기를 대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안 연료란 이유로 발전이 더 늘어나는 것은 문제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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