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팀 이차전지소재사업추진단의 구본웅 리더가 지난 5일 포스코센터에서 <한겨레>와 만나 아르헨티나 염호 리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전 세계 리튬 가격이 치솟고 있다. 전기차 보급에 속도가 붙으면서 배터리 핵심 금속원료인 리튬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폭발하면서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최근 직접 리튬 사업에 뛰어들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국내에서 10여년전부터 리튬 사업에 뛰어든 회사가 있다. 바로 포스코홀딩스다. 이 회사가 3천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소금호수)는 향후 수십조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톤(t)당 1만5천달러이던 리튬 가격이 최근 7만달러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현지 데모(시험)공장 가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2024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지난 3월 상용화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매년 2만5천만t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기차 약 6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2011년부터 리튬 사업에 참여한 구본웅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팀 이차전지소재사업추진단 리더는 지난 5일 <한겨레>와 만나 “처음부터 리튬 염호를 인수하려던 건 아니었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산업의 쌀 ‘철강’에 이어 ‘리튬’을 미래의 쌀로 점찍은 건 2010년이다. 리튬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로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을 토대로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리튬 원료는 염호를 소유한 업체들한테서 공급받을 생각이었다.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 지하에서 뽑아올린 염수를 저장해둔 ‘폰드’ 모습. 폰드는 지하 수백m에서 끌어올린 염수를 농축하기 위해 저장해두는 염전형태의 구조물을 말한다. 자연상태에서 햇빛과 바람에 농축된 염수를 리튬 제조 공정에 투입한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포스코는 2018년경 돌연 방침을 바꿔 염호를 직접 사들이겠다고 결정했다. 2015∼2017년 계약을 맺으려던 광산업체들이 돌연 중국 업체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구 리더는 “리튬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였다”며 “당시 리튬 가격이 크게 올랐다. 그러자 염호 값을 비싸게 매겨 빠르게 팔아버리려는 광산업계가 비싼 값을 쳐주겠다는 중국 업체들에 광산을 넘겨버렸다”고 했다. 이후 동료들과 발품을 팔며 전 세계를 직접 둘러본 끝에 2018년 8월 아르헨티나 염호를 인수했다. 리튬의 중요성을 인식한 경영진도 빠른 의사결정을 내렸다.
현지 염호의 면적은 2만5500헥타르다. 서울 면적의 3분의 1 정도다. 특이한 점은 인수 당시 매장량 추정치보다 인수 뒤 추가 탐사를 통해 추정된 매장량이 6배 늘었다는 점이다. 염호는 소금호수라는 명칭과 달리, 지하에 리튬을 함유한 염수가 매장돼 있는 곳이다. 수백m 깊이로 구멍을 뚫어 뽑아올린 지하 염수를 사용한다. 매장량 측정 방법도 같다. 이전 소유 업체는 탐사공을 15곳만 뚫었다. 반면 포스코는 2년간 탐사범위를 넓혀 30개를 더 뚫었다. 300~400m 깊이까지만 뚫은 기존 업체와 달리 포스코는 600m까지 파내려갔다. 그 결과 추정 매장량은 220만t에서 1350만t으로 늘었다.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 인근에 세워진 포스코 데모공장 모습. 포스코 제공
구 리더는 높은 수율과 적은 물 사용량을 포스코 리튬 제조 기술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다른 리튬 회사는 염수 100을 투입해 리튬 1을 생산한다면, 포스코는 염수 60으로 리튬 1을 생산한다. 담수 사용량도 다른 회사 대비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와 동료들은 데모공장 가동을 위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1년여간 아르헨티나에 머물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도시 간 이동이 금지됐지만, 특별 허가를 받아가며 우여곡절 끝에 데모공장을 무사히 완공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외국인 입국이 전면 금지되면서 공장 가동을 도울 국내 인력들의 출국과 아르헨티나 입국도 막혀버렸다. 포스코는 양국 정부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저희 직원과 협력사 인력 30명 정도가 현지 최초로 외국인 특별 입국자 승인을 받아 입국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구 리더가 속한 이차전지소재사업추진단의 목표는 전 세계 최고의 리튬 회사 자리에 포스코의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2년여 뒤 상용화공장이 가동되면 전 세계 5위로 올라선다. 구 리더는 “아르헨티나 염호처럼 리튬 매장 가능성이 크고 리튬 사업에 유망한 염호를 계속 찾고 있다”며 “2030년까지 리튬 영토를 확장해, 전 세계 3대 리튬제조 기업에 진입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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