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탁기 ‘기능’ 광고는 옛말
브랜드 이미지로 감성자극 엄동설한에는 빨래하기가 힘들어서일까? 요즘 같은 겨울에도 세탁기 광고전은 치열하다. 세탁기가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한 1970년대만 해도 가전 업체들은 최고의 기능을 갖춘 제품임을 알리는 데 열을 올렸다. 초기의 광고 카피는 ‘손빨래처럼 깨끗하게 빨아준다’거나 ‘전자동 세탁’, ‘스윙 물살’등 주로 세탁 방식을 알리는 식이었다. 80년대 중반 맞벌이 부부가 늘고 핵가족화가 진행되자 삼성히트세탁기는 전통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광고에 녹였다. 그러나 정서적 가치를 내세운 것도 잠시, 90년대 들어 혁신적인 제품이 쏟아지면서 기능성 광고가 다시금 주류를 이뤘다. 93년 당시 ‘탱크주의’ 캠페인을 벌인 대우전자의 ‘공기방울’ 세탁기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유인촌과 연구소 직원을 내세워 과학성을 알리고 신뢰감을 더하면서 해당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갑절 넘게 치솟았다. 이듬해 삼성전자 광고에는 주병진씨가 파도형의 물살과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세탁기 속에 들어가 빙빙 도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광고가 나간 지 얼마 안돼 광고를 본 한 어린이가 자신의 동생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 숨지게 한 사고가 일어나, 광고는 도중하차했다. 2000년 이후 세탁기 시장은 ‘고급화’가 대명사인 것처럼 돼버렸다. 최근의 드럼형 세탁기는 삶아 빠는 것은 물론 은나노 기술을 이용한 살균 효과에서 건조 기능까지 마찰세탁 방식의 기존 세탁기와는 엄청난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광고도 기능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기술적으로 제품 성능에 큰 차이가 없다보니, 기업마다 브랜드 마케팅으로 승부하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삼성전자, 엘지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의 기업 이름은 광고에서 슬슬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대신 요즘 소비자들은 ‘하우젠’, ‘트롬’, ‘클라쎄’만을 떠올린다. 광고 모델 또한 ‘똘똘한 주부’에서 ‘젊고 건강한 20대’로 바뀌고 있다. 유호정, 채시라 등이 등장하던 세탁기 광고는 잊혀지고, 주부라고 하기엔 앳되어 보이는 김태희, 한채영, 이나영의 트로이카 체제로 자리를 잡았다. 삼성 하우젠은 ‘여자라면 꿈꾸세요’라고 유혹하고, 대우 클라쎄는 ‘소중한 내 몸에 닿는 것이기에 클라쎄에 맡깁니다’라고 감성에 호소한다. 광고 카피에서도 세월의 차이가 느껴진다. 홍대선 기자
브랜드 이미지로 감성자극 엄동설한에는 빨래하기가 힘들어서일까? 요즘 같은 겨울에도 세탁기 광고전은 치열하다. 세탁기가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한 1970년대만 해도 가전 업체들은 최고의 기능을 갖춘 제품임을 알리는 데 열을 올렸다. 초기의 광고 카피는 ‘손빨래처럼 깨끗하게 빨아준다’거나 ‘전자동 세탁’, ‘스윙 물살’등 주로 세탁 방식을 알리는 식이었다. 80년대 중반 맞벌이 부부가 늘고 핵가족화가 진행되자 삼성히트세탁기는 전통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광고에 녹였다. 그러나 정서적 가치를 내세운 것도 잠시, 90년대 들어 혁신적인 제품이 쏟아지면서 기능성 광고가 다시금 주류를 이뤘다. 93년 당시 ‘탱크주의’ 캠페인을 벌인 대우전자의 ‘공기방울’ 세탁기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유인촌과 연구소 직원을 내세워 과학성을 알리고 신뢰감을 더하면서 해당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갑절 넘게 치솟았다. 이듬해 삼성전자 광고에는 주병진씨가 파도형의 물살과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세탁기 속에 들어가 빙빙 도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광고가 나간 지 얼마 안돼 광고를 본 한 어린이가 자신의 동생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 숨지게 한 사고가 일어나, 광고는 도중하차했다. 2000년 이후 세탁기 시장은 ‘고급화’가 대명사인 것처럼 돼버렸다. 최근의 드럼형 세탁기는 삶아 빠는 것은 물론 은나노 기술을 이용한 살균 효과에서 건조 기능까지 마찰세탁 방식의 기존 세탁기와는 엄청난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광고도 기능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기술적으로 제품 성능에 큰 차이가 없다보니, 기업마다 브랜드 마케팅으로 승부하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삼성전자, 엘지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의 기업 이름은 광고에서 슬슬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대신 요즘 소비자들은 ‘하우젠’, ‘트롬’, ‘클라쎄’만을 떠올린다. 광고 모델 또한 ‘똘똘한 주부’에서 ‘젊고 건강한 20대’로 바뀌고 있다. 유호정, 채시라 등이 등장하던 세탁기 광고는 잊혀지고, 주부라고 하기엔 앳되어 보이는 김태희, 한채영, 이나영의 트로이카 체제로 자리를 잡았다. 삼성 하우젠은 ‘여자라면 꿈꾸세요’라고 유혹하고, 대우 클라쎄는 ‘소중한 내 몸에 닿는 것이기에 클라쎄에 맡깁니다’라고 감성에 호소한다. 광고 카피에서도 세월의 차이가 느껴진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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