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과 큰만큼 ‘역풍’ 도 거세
좋은 광고는 어떤 것일까? 광고주들은 제품이 많이 팔리는 광고를, 광고회사 사람들은 브랜드의 이미지가 지닌 향기까지 품어내는 광고를 좋은 ‘작품’으로 여긴다. 부작용을 예상하고 시도되는 공격적인 광고도 있다. 단기간에 기업 또는 제품 인지도를 높이려 할 때 주로 사용된다.
지난 설 연휴 때 도로 곳곳에 내걸려 화제를 모았던 ‘문대성, 한판붙자 -형렬-’이란 펼침막 광고는 어떨까? 이 출처불명의 도발적 광고는 결국 한 화장품 회사의 ‘티저(Teaser) 광고’로 밝혀졌다. 티저광고란 회사나 상품 이름을 숨겨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광고를 말한다. 형렬은 화장품 브랜드매니저의 이름이었다. 이 회사는 이런 내용의 현수막 400개를 내걸었다고 한다. 불법 현수막이어서 1개당 25만원씩 과태료를 물어야 하지만, 어떻게 보면 큰 돈 들이지 않고 광고 효과를 본 셈이다.
그러나 순수한 호기심을 상업적으로 이용 당했다는 느낌 때문에 씁쓸해 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일부 네티즌은 “해당 제품을 절대 안쓰겠다”며 비난하고 있다. 무리한 광고로 역풍을 맞은 꼴이다. 다른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광고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 모르지만, 길게 봤을 때 소비자들이 그 기업의 이미지로 무엇을 떠올리겠느냐”고 반문했다.
광고 업계에선 티저광고가 호기심을 유발해 시선을 모으는 초기 매력이 사라지고, 식상한 소재로 점차 외면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광고회사 코래드 관계자는 “티저광고가 제품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거나, 이미 노출된 티저 기법과 유사한 방식을 차용할 경우 차별화보다는 속임수라는 불쾌감을 줘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티저광고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광고물이 등장했다 싶으면 ‘이거 또 티저 아니야?’라고 반응할 정도이지만, 초기에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국내 최초의 티저광고는 1903년 <황성신문>에 의도적으로 광고를 뒤집어 호기심을 유도한 시계광고가 꼽힌다. 1923년에는 <동아일보>의 광고면에 물음표와 아주 작은 글씨로 ‘보아라 내일! 무엇이 날까?’라는 카피가 적혀 있는 광고가 나왔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난에 ‘별표 고무화(신)’ 광고가 실렸다. 이들을 지금의 티저 기법에 견주면 무척 단순해 보이는데, 당시에는 획기적이고 독특한 광고 표현이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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