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새 광고, ‘고맙습니다’ 외치는 까닭은?
‘잘 나간다’ 대신 ‘겸손하다’ 이미지 부각위해
삼성그룹이 이달부터 ‘고마움’의 메시지를 담은 새 그룹 광고(사진)를 선보인다. 나눔 경영을 테마로 한 ‘함께 가요, 희망으로’ 시리즈에 이어 만 3년만의 변신이다.
새 광고는 어머니, 아버지, 아내, 선생님, 친구 등 늘 가까이 있는 사람들한테 느끼는 고마움을 담담하게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았다. 예컨대 ‘어머니편’은 결혼을 앞둔 딸이 예복을 골라주는 어머니한테 고마움을 전하는 내용이다. 따뜻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도입부에 일러스트를 사용했고, 마지막은 항상 ‘고맙습니다’라는 나레이션과 자막으로 끝을 맺는다.
삼성이 새 광고 시리즈를 내놓은 것은 나눔과 봉사에 초점을 맞춘 기존 콘셉트가 ‘2% 부족하다’는 안팎에 평가에 따른 것이다. 특히 자체 조사 결과, 40대 남성들한테는 ‘잘난 삼성’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나자 ‘더 낮은 자세’를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광고 내용을 남을 돕는 이성적 이미지가 아니라 도움을 받고 고마워할 줄 아는 감성적 이미지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은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한테 느끼는 마음이 바로 ‘고마움’이라는 데서 착안한 것”이라며 “그동안 삼성이 추구해 온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사는 사회’라는 메시지를 한 단계 확대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그룹 광고는 외환위기 직후에는 ‘할수 있다는 믿음’을 주된 테마로 잡았고, 정보통신산업이 호황을 누린 1999~2000년에는 ‘디지털 프론티어’를,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기대하세요, 좋은 소식’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한 대기업의 마케팅담당 임원은 “이건희 회장이 부쩍 위기론을 강조하고 주요 계열사의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어서, ‘잘나가는 삼성’이 아니라 ‘친근하고 겸손한 삼성’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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