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유통업도 엔트리 마케팅 확산
패션·유통업도 엔트리 마케팅(첫 구매자 대상 마케팅) 확산
유통업계에 ‘엔트리(Entry)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자들은 처음 구매한 브랜드에 만족할 경우 관성적으로 그 브랜드를 재구매하는 확률이 높다. 이처럼 특정 상품을 처음 구매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기업의 전략적인 판촉 활동이 ‘엔트리 마케팅’이다.
‘엔트리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자동차업계다. 자동차업체들은 과거 30대 초반이었던 엔트리카(생애 최초 구입차) 연령대가 20대 중·후반으로 낮아짐에 따라, 20대를 겨냥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엔트리카 디자인을 더욱 감각적으로 개발하는가 하면, 젊은층 대상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대학생 서포터즈·봉사단 등을 운영하며 20대 잠재 고객과의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임종헌 현대자동차 마케팅실장은 “처음 산 자동차가 마음에 들면 이후 중형급 이상 차로 바꿀 때 엔트리카와 같은 회사의 제품을 살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엔트리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엔트리 마케팅이 패션·유통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들은 자사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적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 등 특별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첫 구매’를 유도한다. 인터파크 남창임 팀장은 “종합쇼핑몰의 경우 판매 상품과 가격에서 뚜렷한 변별력이 없어 대부분의 소비자가 관성적으로 이용하던 쇼핑몰을 계속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쇼핑몰업체로서는 고객이 ‘첫 구매’를 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의 ‘세컨드 브랜드’도 엔트리 마케팅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세컨드 브랜드’란 유명 브랜드들이 대중적으로 보급할 목적으로 개발한 한 등급 아래의 브랜드를 말한다. 도나카란뉴욕의 ‘DKNY’, 마크 제이콥스의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송지오의 ‘지오 송지오’, 오브제의 ‘오즈세컨’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값비싼 명품·디자이너 제품을 사기 힘든 대중에게, 품질과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좀더 저렴한 ‘세컨드 브랜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다. 안지연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과장은 “세컨드 브랜드를 통해 제품을 접한 소비자들은 이들 브랜드 특유의 개성과 높은 품질을 지속적으로 원하게 되고, 나중에 상위 라인인 ‘퍼스트 브랜드’로 구매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아예 패션업체들을 위한 ‘엔트리 마케팅 플랫폼’을 자처하고 나선 곳도 있다. 롯데닷컴이 최근 오픈한 프리미엄 브랜드몰 ‘루트엘’(www.rootl.com)은 온라인에 처음 진출하는 중·소형 패션업체들을 위한 마케팅 플랫폼이자 브랜드 인큐베이터 구실을 하겠다고 내세운다. 루트엘이 입점 대상으로 잡은 패션 브랜드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백화점에 입점하긴 힘들지만, 저가 의류가 주로 유통되는 오픈마켓 영업은 꺼리는 신진 디자이너 및 중소형 브랜드들이다. 최근 루트엘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 ‘프릭스’ 디자이너 김태훈씨는 “불확실한 온라인 시장에서 지명도가 있는 유통업체의 지원 아래 브랜드력을 키워 백화점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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