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G 묘한 은유
금연광고 여전히 계몽적 담배는 그 해악성 때문에 방송광고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안방에 방영된 광고 한 편과 최근 방송을 타고 있는 광고가 묘한 대조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는 담배회사인 케이티앤지(KT&G)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건복지부의 금연광고다. 먼저 케이티앤지의 ‘상상예찬’ 광고를 보자. 이 광고는 언뜻 보면 도대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각 장면을 훑어보면 담배와 관련된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젊은 남녀를 휘어잡는 자욱한 연기, 창가에 선 여자 모델의 고양이 눈(레종 담배에는 가끔 고양이 그림이 발견된다), 그리고 뭔가를 외치는 장면. 여자가 갑자기 창에서 한발짝 물러서면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이 흐른다. ‘당신의 상상이 필요합니다.’ 광고는 ‘상상예찬’이란 한글과 케이티앤지의 영문 글자가 선명한 가운데 막을 내린다. 도대체 무슨 상상을 하라는 것일까. 케이티앤지 쪽에선 기업 이미지 광고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이를 본 상당수 시청자들은 케이티앤지의 광고가 담배 광고의 은유적 표현이라고 꼬집고 있다. ‘기업 광고 형식의 담배광고’ 냄새가 짙다는 것이다. 설혹 기업 이미지 광고라고 하더라도 담배회사 광고 역시 매출 확대를 통한 이윤 극대화를 노린 것이므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어쨌든 케이티앤지는 상당히 은유적이면서도 묘한 기법으로 제작 의도를 십분 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복지부가 만든 금연광고는 어떨까. 이 광고는 담배가 폐암 이외에도 뇌, 피부 등에 유해성이 강한 독성물질로, 결국 ‘흡연이 자신의 신체를 자학하는 행위’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1일부터 7월까지 ‘뇌 자학편’, ‘폐 자학편’, ‘피부 자학편’으로 나눠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에 동시 방송되고 있다. 금연광고가 텔레비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과거의 공익 광고에 견주면 작품성에 신경을 쓴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계도적이고 계몽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렇게 유해하다는 담배를 독점 공급해온 정부가 그 악영향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서 어딘지 모르게 떨떠름하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광고 비용은 담배를 판 뒤에 거둔 세금에서 마련했다. 홍대선 기자
금연광고 여전히 계몽적 담배는 그 해악성 때문에 방송광고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안방에 방영된 광고 한 편과 최근 방송을 타고 있는 광고가 묘한 대조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는 담배회사인 케이티앤지(KT&G)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건복지부의 금연광고다. 먼저 케이티앤지의 ‘상상예찬’ 광고를 보자. 이 광고는 언뜻 보면 도대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각 장면을 훑어보면 담배와 관련된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젊은 남녀를 휘어잡는 자욱한 연기, 창가에 선 여자 모델의 고양이 눈(레종 담배에는 가끔 고양이 그림이 발견된다), 그리고 뭔가를 외치는 장면. 여자가 갑자기 창에서 한발짝 물러서면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이 흐른다. ‘당신의 상상이 필요합니다.’ 광고는 ‘상상예찬’이란 한글과 케이티앤지의 영문 글자가 선명한 가운데 막을 내린다. 도대체 무슨 상상을 하라는 것일까. 케이티앤지 쪽에선 기업 이미지 광고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이를 본 상당수 시청자들은 케이티앤지의 광고가 담배 광고의 은유적 표현이라고 꼬집고 있다. ‘기업 광고 형식의 담배광고’ 냄새가 짙다는 것이다. 설혹 기업 이미지 광고라고 하더라도 담배회사 광고 역시 매출 확대를 통한 이윤 극대화를 노린 것이므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어쨌든 케이티앤지는 상당히 은유적이면서도 묘한 기법으로 제작 의도를 십분 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복지부가 만든 금연광고는 어떨까. 이 광고는 담배가 폐암 이외에도 뇌, 피부 등에 유해성이 강한 독성물질로, 결국 ‘흡연이 자신의 신체를 자학하는 행위’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1일부터 7월까지 ‘뇌 자학편’, ‘폐 자학편’, ‘피부 자학편’으로 나눠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에 동시 방송되고 있다. 금연광고가 텔레비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과거의 공익 광고에 견주면 작품성에 신경을 쓴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계도적이고 계몽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렇게 유해하다는 담배를 독점 공급해온 정부가 그 악영향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서 어딘지 모르게 떨떠름하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광고 비용은 담배를 판 뒤에 거둔 세금에서 마련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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