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V의 힘 ‘디자인·상품 다양성’
삼성-엘지, 세계 1/3 차지…올 1분기 점유율 32.4%
소니 등 국외와 다른 패널·세트 통합체계 ‘최대 강점’
소니 등 국외와 다른 패널·세트 통합체계 ‘최대 강점’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두 업체가 금액 기준으로 세계 티브이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했다. 세계 티브이 시장은 1940~1960년대 특허와 표준을 앞세운 미국의 아르시에이(RCA), 1970~1990년대 기술을 앞세운 일본의 소니를 거쳐 2000년대 이후 한국 업체들로 주역이 교체되는 추세다. 한국 티브이, 왜 강한가.
21일 디스플레이서치가 발표한 올 1분기 세계 티브이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20%를 돌파하며 금액기준으로 9분기 연속 1위를 지켰다. 삼성전자는 엘시디, 피디피 개별항목에서도 모두 점유율 20%를 넘겼다. 엘지전자는 점유율 11.6%(3위)를 기록했다. 두 업체를 합치면 32.4%에 이른다.
이런 기록을 지난 66년 엘지전자(옛 금성사)가 처음으로 19형(인치) 국내 흑백 티브이를 만들던 시대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삼성전자는 69년 삼성산요전기로 티브이를 만들기 시작해 72년부터 독자적인 티브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날로그 시대엔 튜브를 사오든가 카피하는 등 우리 업체들의 외국기술 의존도는 상당했다”고 업계에선 이야기한다.
기회는 98년 미국의 디지털지상방송 개시부터 찾아왔다. 소니는 피디피를 개발하고도 자신만의 기술인 트리니트론 방식으로 브라운관 티브이에 안주하던 시기였다. 디지털 시대는 아날로그 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이 표준화돼 후발업체들도 경쟁이 가능해졌다.
한국 업체들의 강점으론 디자인과 다양한 제품 라인업이 꼽힌다. 소니가 지난해 엑스브라비아 외엔 눈에 띄는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동안에도 삼성전자의 크리스탈 로즈 디자인, 엘지전자의 스칼렛 티브이 등이 속속 선보였다. 삼성전자를 1위로 끌어올린 2006년 보르도 티브이의 힘도 디자인이었다. 소니의 엘시디, 파나소닉의 피디피처럼 일본 업체들이 전문화하는 동안 한국 업체들은 그룹 차원에서 모든 제품 라인업을 구축한 것도 다른 점이다.
조금 더 들어가면 이런 라인업 구축이 가능했던 ‘수직통합’이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동영 수석연구원은 “디자인과 다양한 제품은 결과이고 세트 업체가 부품까지 수직통합체계를 갖췄다는 게 진짜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엘시디총괄이나 삼성에스디아이, 엘지디스플레이 같은 곳에서 패널 공급이 원활했기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이나 비용 절감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당분간 한국 티브이 전성시대는 이어질 전망이다. 소니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11형 티브이를 지난해말 내놓았지만 대형화나 수명 문제가 해결돼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엘시디 티브이를 대체하는 데는 4~5년의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미국의 비지오 등 노브랜드로 저가 공세를 펴는 업체들의 도전이 문제지만, 애프터서비스나 고장·반품 문제 등에서 브랜드업체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올해 전세계 티브이 시장에서 엘시디 티브이는 브라운관 티브이를 처음으로 넘어서 1억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의 디지털 티브이 판매 비율은 70%를 넘어섰지만, 중국·인도·중남미 지역 등은 20~30%대에 머물고 있어 잠재시장도 아직 넓다.
물론 한국 업체의 수직통합 체계가 언제까지 강점이 될 순 없다. 정 수석연구원은 “패널값과 세트값이 급락하면 조립과 제조 비용을 절감하는 데 한계가 나타날 텐데 그 시점엔 또다른 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물론 한국 업체의 수직통합 체계가 언제까지 강점이 될 순 없다. 정 수석연구원은 “패널값과 세트값이 급락하면 조립과 제조 비용을 절감하는 데 한계가 나타날 텐데 그 시점엔 또다른 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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