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낌없이 줄게…” 브랜드여 달려다오! 삼성 ‘첼시 900억후원’ 논란달궈 삼성전자가 영국의 유명 축구클럽 첼시에 5년 동안 5000만파운드로 추정되는 후원계약을 맺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스포츠 마케팅 금액이 사람들을 놀래키고 있다. 유럽의 명문 프로 축구팀 유니폼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매체로 바뀌어버렸다.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중국 정부는 106년 동안 유니폼에 광고를 싣지 않아온 스페인의 에프시 바르셀로나와 베이징 올림픽 이미지광고를 싣자며 연간 340억원선을 제안했을 정도다. 스포츠마케팅은 기업들의 브랜드 높이기에 필수적이지만, 국부유출 논란이 뒤따른다. ■ 삼성전자, “900억원도 싸게 잡은 것”=삼성과 첼시의 계약금액은 관례에 따라 철저한 비밀에 부쳐졌으나 업계에서는 5000만파운드(900억원)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이 접했던 스포츠마케팅 비용의 차원을 넘어서는 엄청난 액수지만 계약에 성공한 삼성쪽은 오히려 저렴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나이키가 2007년까지 5년 동안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에 후원하는 금액이 4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세계적 인기구단으로 연간 60경기 이상 시합을 치르는 첼시에게 900억원 정도면 비싸지 않다는 것이다. 축구클럽 5년계약 1억달러 또한 1명의 스포츠 스타에 지불하는 후원금에 견줘도 5년에 150억원을 받는 골프의 박세리의 사례나, 미국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 한 명에게 나이키가 무려 9000만달러(900억원)로 추정되는 금액에 계약한 것과 비교해도 이번 계약금액은 지금 상황에서 합리적 선이라는 것이다. 바로 직전의 ‘빅딜’ 사례였던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와 리비아 석유회사 탐오일이 추정금액 1500억원에 5년 계약을 한 것에 비해도 적은 편임은 분명하다. 삼성전자 마케팅홍보그룹 황성수 상무는 “다른 팀이 아닌 현재 최강인 첼시라는 점, 그리고 금액면에서 모두 만족스럽다“고 이번 계약을 자평했다. ■ 스포츠마케팅, 이미 전쟁 수준=삼성전자가 첼시를 잡은 이유는 첼시가 단순히 영국의 프로축구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첼시를 비롯한 유럽 유명 축구팀들은 최근 몇년새 세계적 차원의 스타군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첼시의 경우 유럽에만 고정팬 500만명, 세계적으로는 2000만명의 고정팬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팬 숫자가 1000만명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유럽만을 겨냥해서가 아니라 전략지역인 중국까지 감안해 계약을 추진한 것이다. 더욱이 입찰 과정에서 이동전화 최대 라이벌인 노키아의 본거지 유럽에서 노키아와 경쟁해 유럽 축구팀과 계약하는 데 성공한 점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로 2002년 연간 600억원대로 추정되던 명문 축구클럽 후원비는 최근 1~2년 사이 거의 2배 가까이 뛰어올라 일반적인 5년 계약의 경우 이제 ‘1억달러(1000억원) 시대’에 접어들었다.
첼시 고정팬 2000만명 추산 삼성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만큼 치열해진 상태여서 정보싸움에서 승패가 갈린다”고 말했다. 삼성은 2002년부터 명문 축구팀을 물색해 오다가 온갖 경로를 활용해 첼시가 기존 후원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 스폰서를 찾으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1년여 동안 사전 조사를 벌였다. 계약과정에서는 그동안 올림픽 마케팅 등을 통해 펼쳐온 스포츠 마케팅 실적과 노하우를 내세웠기 때문에 노키아를 따돌릴 수 있었다. 7~8명의 전담팀이 반년 넘게 첼시와의 계약에 매달렸을 정도로 정보력과 협상력 강화에 노력을 쏟아부었다. ■ 너무 심하다 vs 필수 투자다=금액이 엄청나다보니 시민들의 관점은 삼성전자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국부유출’이란 비판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2002년 박세리 선수가 씨제이와 계약했을 때 소비자들이 후원비용을 어차피 마케팅 비용으로 전가시키는 것이므로 씨제이 제품 불매운동을 주장했던 것과 비슷한 반응이다. 900억원이란 금액은 프로 축구, 야구, 농구 등 국내 3대 인기스포츠 리그를 모두 후원하는 삼성전자의 후원금 112억700만원의 7배가 넘는 액수다. “국부 유출” “장기 투자” 팽팽 이런 지적에 대해 삼성쪽은 곤혹스러워하면서 “단기적으로는 국부가 나가겠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한국에 가져오기 위한 투자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설명한다.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기업들 사이의 브랜드 가치 높이기 전쟁이 상시화된 이상 지금 시점에서 유명 구단을 통한 스포츠 마케팅은 브랜드 홍보를 선점하는 필수적이 수단이 됐다”고 밝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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