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일기획 13∼24살 라이프스타일 분석 보니 0과 1 기호 넘어 인터넷 공동체 ‘숨결’
19∼24살 48% “온라인 인간관계 소중” 이창수(24·서울대 언론정보학3년)씨는 요즘 피디에이에 기록된 여행일기를 한창 다듬고 있다. 지난 2월 한달간의 쿠바 여행경험을, 7월께 ‘바이씨클 다이어리’란 제목의 책으로 낼 계획이다. 한낮엔 무동력 자전거에 몸을 싣고 쿠바 햇살속을 달렸고, 밤이면 여관 방에서 피디에이와 미니키보드를 꺼내 ‘또그닥 또그닥’ 일기를 적어뒀다. 이씨는 디지털 환경이 삶의 폭을 넓혔다고 생각한다. 그는 “미니홈피에 자전거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온다”며 “인터넷이 아니었으면 못 만났을 사람들이 자연스레 글을 남기고 거기에 답글을 다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다. 구로고등학교 2학년인 채윤지(16)양은 이동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월 540개까지 보낼 수 있는 1만5천원짜리 정액요금제를 이용한다. 친구들 중에는 이것도 부족해 문자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사진과 동영상 기능 사용은 기본이다. “친한 친구들한테는 문자로 속 깊은 편지도 써요. 일상적으론 ‘시험 범위가 어디니’ 이런 문답을 하고요.” 채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터넷 소모임을 열심히 했다. 지오디 팬클럽 소속으로 12~13명이 따로 까페를 만들어 공개방송 현수막도 함께 만들고 예쁜 명함도 제작해 다른 팬들에게 돌리곤 했다. “인터넷으로 만나게 됐다고 해서 특별히 덜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같은 화젯거리가 있고 한때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처럼 ‘차가운 디지털’ 대신 ‘따뜻한 디지털’로 무장한 세대가 10대~20대 초반을 점령했다. 제일기획은 서울에 거주하는 13~49살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거쳐 라이프스타일과 특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현재 중·고교와 대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13~24살 세대가 다른 계층과 또렷이 구분된다고 보아, 이들을 ‘포스트디지털 세대’로 이름을 붙였다. PDA로 쓴 쿠바 여행기 미니홈피에 싣고 답글·댓굴에 즐거움 한껏 아이팟 사려고 공부도 하지만 ‘알콩달콩’ 문자에 속 깊은 이야기도 날리죠 13~24살 세대는 디지털 기술환경의 세례를 듬뿍 받았으면서도 인간관계를 중시한다거나 공동체적 문화를 추구하는 아날로그 세대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13~15살(중학생), 16~18살(고등학생), 19~24살(20대초반), 25~29살(20대후반), 30~39살(30대) 등으로 연령별 특성을 분석한 뒤 이같은 결과를 내놨다. 먼저 ‘쉬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 이동 중에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느냐’는 질문엔 20대초반의 42.9%가 ‘그렇다’고 답변했고, 이어 중학생(41.3%), 고등학생(37.6%), 30대(29.2%), 20대후반(26.5%)의 차례로 나타났다. 하루평균 문자메시지 사용빈도는 고등학생이 41.6건으로 압도적 1위였다. 이어 중학생(27.0건), 20대초반(21.7건), 20대후반(10.5건), 30대(5.3건)의 순으로 나타나 24살 위 아래가 뚜렷하게 갈렸다. 메신저 사용경험률도 20대초반(90.9%)·고등학생(82.4%)·중학생(80.0%)과 20대후반(66.2%)·30대(33.3%) 사이의 격차가 뚜렷했다. 메신저를 통한 하루 평균 대화자 수는 중학생 또래가 8.9명으로 가장 많았다. 요즘 13~15살 층은 이동통신단말기나 엠피3 플레이어 등 디지털기기를 능숙하게 다룬다. 이들은 ‘인터넷 등을 인간관계 지향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이용하느냐’는 질문에 66.7%가 ‘그렇다’고 응답해 전체 연령층에서 긍정 답변율이 가장 높았다. 제일기획 보고서는 포스트디지털 문화의 특징을, 한마디로 ‘아날로그적 가치의 복권’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단순히 옛 것에 대한 향수나 과거 경험에 대한 그리움 따위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포스트디지털 세대에서는 ‘인간보다는 기술을 중시’한다거나 ‘파편화된 개인주의’ 등 디지털 세대의 차가움을 극복하고, ‘인간중심적 사회’를 복구하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의 이주현 박사는 문자메시지의 높은 사용빈도와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급팽창 등을 예로 들며 “포스트디지털 세대는 기술에 치우쳤던 디지털환경에 인간적인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세대가 새로운 기술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데 바빠서 실존적인 문제를 등한시했지만, 포스트디지털 세대는 ‘따뜻한 디지털’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포스트디지털 세대의 핵심코드로는 △인간관계를 위한 디지털 △표현하기 위한 디지털 △시각적 라이프스타일 △낙천적 라이프스타일 △유행의 주체적 수용 △즉시성과 이동성의 동시 충족 등 6가지가 꼽혔다. 제일기획 보고서는 “기업들이 앞으로 제품전략과 마케팅전략을 세울 때 이런 6가지 핵심코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