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품질은 ‘쓸만’ 화상통화는 ‘글쎄’

연인들이 비동기 아이엠티-2000 이동통신에 함께 가입해 화상통화를 이용해보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이달 첫선 '비동기 아이엠티-2000' 서비스 써보니

건물안, 이동땐 전파약해 화질상태 불량
기존 전화권으로 넘어갈댄 음성 끊김도

에스케이텔레콤이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비동기 아이엠티-2000 이동통신(WCDMA) 서비스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14일부터는 아이엠티-2000과 기존 이동전화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가 나왔고, 단말기 보조금도 25만원 가량 지급하기로 했다.

상대 얼굴을 보면서 통화를 하면 어떤 느낌일까? 상용화 초기 단계인데 단말기 성능이나 통화품질은 괜찮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에스케이텔레콤이 통화품질 시험용으로 쓰는 삼성전자 아이엠티-2000 단말기(더블유120)를 빌려,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5호선 지하철, 강북 강변도로, 올림픽도로, 충북 충주를 오가며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 통화품질은?=<전화를 걸면, 먼저 아이엠티-2000으로 연결하고, 전파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는 기존 이동전화로 연결되도록 해두고 통화를 했다. 광화문이나 여의도에서 아이엠티-2000 이용자끼리 음성통화를 할 때의 품질은 기존 이동전화보다 깨끗했다. 아이엠티-2000 서비스 지역에서 통화를 하다가 서비스 지역을 벗어나도, 전화가 자동으로 기존 이동전화로 연결돼(핸드오버) 통화가 끊기지 않았다. 현재 에스케이텔레콤의 아이엠티-2000 통신망은 서울에만 깔려 있다. 서울 암사동에서 전화를 건 뒤 중부고속도로를 통해 서울을 벗어나도 통화가 끊기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의 지하철이나 건물 안, 서울 이외 지역에서의 통화품질은 기존 이동전화와 다르지 않다. 아이엠티-2000 서비스 지역이 아니거나 아이엠티-2000 전파가 약해 기존 이동전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여의도 거리에서 통화를 하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거나 강북 강변도로를 달릴 때는 통화품질이 나빠졌다가 좋아지길 반복했고, 끊기는 현상도 나타났다. 단말기가 아이엠티-2000 전파를 먼저 찾고, 찾을 수 없을 때는 기존 이동전화로 전화를 연결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기존 이동전화로 넘어갔다가도 아이엠티-2000 전파가 잡히면 다시 넘어오게 돼 있어, 아이엠티-2000 전파가 미치지 못하는 곳(전파 음영지역)이 많은 지역에서는 기존 이동전화로 전환됐다가 아이엠티-2000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 화상전화 쓸만한가?=아이엠티-2000의 특징은 화상전화다. 하지만 화상통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먼저 상대도 아이엠티-2000 단말기를 써야 하고, 양쪽 다 아이엠티-2000 서비스 지역에 있어야 한다. 한쪽이라도 아이엠티-2000 서비스 지역을 벗어났거나 전파가 약한 곳에 있으면 화상통화를 할 수 없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연인끼리 ‘커플폰’ 형태로 가입해 이용하게 하는 마케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단말기로는 한계가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화상통화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여주며 애인과 통화하겠느냐고 물어본 결과, 대다수가 “내 모습이 왜 이러냐?”며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전파 상태가 좋은 곳에서만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이엠티-2000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5호선 천호역 지하철 타는 곳에서 화상통화를 시도한 결과, 화질과 음질 모두 통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떨어졌다. 그 자리에서의 음성통화 품질은 깨끗했다. 전파 상태가 좋은 곳에서도 통화 중에 움직이면 화면이 찌그러졌다.

■ 팁=집에서 혼자 속옷 차림으로 있다가 전화 벨이 울리길래 아무 생각없이 전화를 받았다. 아차 싶었으나 이미 늦었다. 이미 내 모습이 발신자 단말기 화면에 나타났다. 아이엠티-2000에 가입해 단말기를 받으면 메뉴에서 환경설정과 영상전화설정을 차례로 찾아 들어가, 대기화면 송출을 ‘설정’ 상태로 해 놓는 게 좋다. 그래야 무심코 전화를 받았다가 당황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미리 지정된 화면을 보여주다 수신자가 화상통화 메뉴를 선택해야, 수신자 모습이 발신자 단말기 화면에 나타난다. 가입자에게 단말기가 건네질 때는 ‘해제’상태로 돼 있다.

아이엠티-2000 서비스 지역을 벗어나면 단말기의 화상통화 버튼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야 한다.

■ 비동기 아이엠티-2000이란

데이터 전송 빨라
화상통화 등 가능

비동기 아이엠티-2000 이동통신이란?=음성통화 기능과 함께, 빠른 속도의 데이터통신 기능도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다. 데이터를 초당 200만비트 속도로 이용할 수 있어, 상대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는 화상통화와 영화를 주문해 보는 것 등이 가능하다.

대다수 나라가 같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 외국 출장이나 여행 때 국내에서 쓰던 단말기를 그냥 가져가 사용할 수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비동기 아이엠티-2000 가입자의 경우, 7월부터는 일본, 8월부터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국내에서 받은 단말기로 음성통화, 화상통화, 문자메시지 송수신을 할 수 있다. 음성통화료는 기존 이동전화와 같고, 화상통화료는 10초당 120원씩 부과된다. 전화번호는 ‘010’ 번호를 사용한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