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전자가 해마다 여는 비보이 경연대회는 휴대전화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이벤트로 자리잡으며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위) 엘지텔레콤의 광고는 ‘무선인터넷의 새로운 가치’를 부각시켰다는 평가다.(아래 왼쪽) 엘지생활건강이 운영하는 고급피부관리실 후 스파팰리스의 모습. 각 사 제공
[신기술, 열린 경영] 엘지 ‘인사이트 마케팅’
전자, 소비자층 세분화로 개발서 광고까지 ‘한우물’
텔레콤 ‘새 가치 창출’-생활건강 ‘고급화 전략’ 주력
전자, 소비자층 세분화로 개발서 광고까지 ‘한우물’
텔레콤 ‘새 가치 창출’-생활건강 ‘고급화 전략’ 주력
‘소비자의 니즈(요구)’만큼 어느 기업들이나 쉽게 내세우지만 아무 기업이나 실현시키긴 어려운 말은 없다. 경기침체로 깐깐하게 자기 소비의 이유를 따져보는 이들이 늘어나는 요즘 같은 때엔 더욱 말이다.
최근 최고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엘지그룹 계열사들의 힘은, 수년째 ‘고객 인사이트’를 내걸고 제조와 마케팅을 연계해온 저력이 불황기에 빛을 발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한발 앞서 준비해온 기업을 쉽게 흉내낼 순 없는 법이다.
사실 지난해 엘지전자의 남용 부회장이 “마케팅 컴퍼니를 지향하겠다”는 말을 꺼냈을 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전통적인 제조회사가 마케팅 컴퍼니라니. 당시 그가 예를 든 기업은 코카콜라와 나이키였다. 엘지전자의 한 임원은 “제품력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는 의미와 함께 이에 견줘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브랜드 파워를 높이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불경기에 힘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엘지전자의 힘은 고객의 층을 세분화하고 각 층에 맞는 ‘고객 인사이트’를 발굴해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광고 단계까지 일관되게 추진하는 데 있다. 고객 인사이트란 소비자 니즈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엘지그룹 특유의 개념으로, 소비자가 인식 못하는 요구까지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한 첫 단계는 철저한 소비자층 조사다. 예를 들어 엘지전자는 휴대전화의 고객층을 지역별·연령별·소득별 등 20가지 넘게 세분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와인폰의 대박에 이어 올해 롤리팝은 철저하게 10대 사용자층을 겨냥했다. 블루와 핑크라는 튀는 색깔과 절제미 돋보이는 외관, 다채로운 삽화, 셀카기능 등 제품적 요소는 물론,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와 6개월간 공동기획한 신예그룹 투에니원(2NE1)을 빅뱅과 함께 광고에 등장시켜 10대들이 즐겨 찾는 음원사이트에서 노래가 먼저 히트하도록 했다. 최근 남 부회장은 회사 안에서 “마케팅 컴퍼니에 머물 것이 아니라 각 부문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이노베이션 컴퍼니를 지향하자”는 말을 자주 한다. 한발 앞서 불황 이후의 기업전략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엘지텔레콤의 오즈 마케팅과 광고에선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무선인터넷으로 방향을 잡은 엘지텔레콤은, 무선인터넷이 단순한 부가기능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정보와 콘텐츠를 즐기는 세대의 필수품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각시켰다. 빅모델보다 유승호·이연희 등 빅스타의 자질을 가진 신예들을 등장시켜 과장된 광고연기가 아닌 자연스런 생활 속 상황을 보여준 것도, 강요하지 않되 자연스레 설명하는 광고에 효과적이다. 또 ‘이연희’ 1인칭 데이트게임과 같은 게임, 클래지콰이의 ‘위저드 오브 오즈’ 같은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타깃층인 젊은이들의 다양한 채널을 공략했다.
지난 2005년 이래 ‘소비자 가치를 창조하는 창의적 마케팅회사’로 지향점을 설정하고 사업 및 브랜드 구조조정을 시행해왔던 엘지생활건강은 지난해부터 추진한 ‘프리미엄 전략’이 본격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사례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궁중한방 고급피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후 스파팰리스’나, 지난해 론칭한 프리미엄 한방화장품 ‘숨’은 불황에도 아랑곳않고 큰 반응을 얻고 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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