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마케팅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 활용 기업 확산
은행·마트까지 계정 만들어 일대일 대응
기업-고객관계 친구사이로 ‘혁명적 변화’
은행·마트까지 계정 만들어 일대일 대응
기업-고객관계 친구사이로 ‘혁명적 변화’
‘트위터 시작한 지 두 번째로 힘든 하루가 지나갑니다. 더욱 힘내겠습니다.’
지난 18일 저녁 ‘올레 케이티(KT)’ 트위터 계정(twitter.com/ollehkt)을 운영하는 케이티 홍보팀 조주환 대리가 트위터에 올린 하소연이다. 조 대리는 이날 하루 종일 트위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음달 출시되는 스마트폰 단말기 보험상품인 ‘쇼 폰케어’에 대해 요금고지서에 설명이 잘못 나가는 바람에 트위터 이용자들의 문의와 항의 글이 빗발치듯 올라왔기 때문이다. 조 대리는 일일이 답글을 달고, 해당 부서에 의견을 모아 전달했다. 케이티 쪽은 이런 의견을 반영해 곧바로 필요한 조처를 내렸다. 19일 아침 ‘트위터 여러분의 의견 덕분^^’이란 알림글을 올린 조 대리는 “이런 게 바로 고객과 선순환하는 대화 창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함께, 기업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같은 사회관계망(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은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이 트위터 계정을 열었고, 지난 14일엔 이마트가 대형마트 중 처음으로 트위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폴로어’(친구)로 등록한 고객에겐 할인쿠폰, 게릴라 특가 등을 제공한다. 이마트몰의 이창준 마케팅 팀장은 “트위터 이용자의 상당수가 젊은 얼리어답터들”이라며 “이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홍보 창구로 트위터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예스24, 리브로 등 인터넷서점들은 이미 트위터에서 매일 공동구매 등 깜짝행사를 벌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부터 페이스북에서 모터쇼 현장 홍보 동영상을 제공하고, 수시로 소비자 인지도 조사도 한다. 대한항공은 트위터 계정에 단순히 보도자료만 올리던 데서 나아가, 관련업계 소식과 여행정보 공유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공급할 계획이다.
언뜻 봐선 입소문을 통한 기존 온라인 홍보와 비슷해 보이지만, 기업들의 태도는 자못 다르다.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평가나 좋지 않은 소문이 퍼져나가는 속도가 기존 인터넷카페나 블로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탓이다. 엘지전자 트위터를 운영하는 온라인사업담당팀 정희연 차장은 “트위터는 블로그와 달리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며 “외국엔 채용, 홍보, 마케팅 등으로 나눠 조직적으로 트위터를 활용하는 기업들도 많다”고 말했다.
속도뿐 아니라 ‘대화’ 형식으로 소통 방식이 바뀌고 있는 점도 기업들엔 혁명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기업과 고객은 ‘친구’ 사이다. 일방적으로 제품의 좋은 점만 홍보해선 공감을 얻기 힘들다. 친구와 대화하듯이, 친밀하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케이티 경우처럼, 고객의 소리를 듣고 기업이 신속하게 피드백하는 식으로 ‘쌍방향’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게임업체인 나우콤은 시범서비스 중인 게임 포트파이어의 제작과정을 트위터에 공개해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고객들과 쉽고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트위터를 마케팅 도구이자 제품 개선의 통로로 활용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 기업들의 ‘소셜 미디어’ 활용 정도는 걸음마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공식계정을 만들거나, 전담 관리자 1~2명을 두는 기업도 손에 꼽을 정도다. 몇 안 되는 기업 트위터 운영자들은 가끔 오프라인에서 만나, 서로의 어려운 처지와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지난달 코트라 아카데미 주최로 열린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해외마케팅’ 강좌에 신청자가 정원의 2배 이상 몰린 이유도 비슷하다.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이 그만큼 이 분야 정보에 목말랐다는 증거다. 트위터에서 폴로어 157만명 이상을 거느리고 판매채널로 활용하는 델 컴퓨터나 ‘폴로어 250명 이상 보유’를 마케팅 책임자 지원 조건으로 내건 미국 전자제품 양판업체 베스트바이 등 한참 앞서나간 외국 기업들을 따라잡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엘지경제연구원의 장승희 책임연구원은 “소셜 미디어 활성화는 기업들에 기회와 위기라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유리한 정보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기존의 태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객과 진심으로 대화하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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