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앞 엘지 광고, 엘지앞 삼성 광고
파주 엘지필립스엘시디 직원들은 요즘 아침 출근길마다 심사가 불편하다. 얼마 전 삼성이 단지로 들어가는 길목과 자유로에 광고판 두 개를 새로 세웠기 때문이다. 광고판 속의 삼성제품은 하필이면 엘지필립스엘시디가 생산하는 엘시디 제품들인 모니터와 텔레비전이다. 엘지쪽은 엘지 직원들말고는 다니는 이가 거의 없는 이곳에 굳이 삼성이 엘시디제품 광고판을 설치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말한다.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엘지는 삼성 계열사들이 모여있는 태평로 삼성 본관 앞 전광판에서 보란듯이 엘지전자와 엘지화학 등 엘지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그 이전에는 삼성이 엘지그룹 본관인 서울 여의도 쌍둥이빌딩 바로 앞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자사 광고를 한 적이 있다. 물론 양쪽은 모두 광고제안이 들어와 응했을 뿐으로 다른 뜻은 없다고 말한다.
한국 산업계의 대표 라이벌이라면 역시 전자업종의 삼성과 엘지가 꼽힌다. 특히 경쟁의 최일선인 광고와 홍보분야는 이들 라이벌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전장과도 같다. 그러다보니 두 회사 광고·홍보 담당자들은 특히 이런 광고의 내용과 위치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CEO 안보이게 경쟁사 제품 가리기 ‘진풍경’도
경쟁의식 좋지만 ‘도울건 도왔던’ 옛날 좋았네 이들이 광고판 못잖게 신경쓰는 것이 한가지 더 있다. 최고경영자의 시선이 닿는 곳에 경쟁사 제품이 있는 것을 미리 막는 것이다. 얼마 전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 수행팀은 공항에서 진땀을 흘렸다. 공항에는 삼성과 엘지 두 회사의 텔레비전이 구석구석에 설치돼 있었다. 그 최고경영자가 워낙 상대업체의 제품이 보이는 것을 싫어하다보니, 수행팀이 경쟁사 텔레비전의 상표부분에 일일이 테이프를 붙여 가리는 작업을 벌인 것이다. 삼성과 엘지의 경쟁의식은 분명히 발전의 원동력이다. 엘지와 삼성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된 게 두 회사가 세계적인 전자업체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오래 경쟁해왔고 날이 갈수록 경쟁 강도가 세지다보니 최근 두 회사가 광고·홍보에 관해 벌이는 신경전은 다소 심해보인다는 지적을 받는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두 회사의 홍보광고팀들은 감정싸움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하되 서로 도울 것은 돕는 인간적 측면도 있었다.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김포공항 귀빈실 가운데 재벌 총수들이 주로 쓰는 방에 한쪽 회사의 텔레비전이 설치되자 다른쪽 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결국 상대에게 사정을 했고 요청을 받은 쪽은 경쟁사 제품이 들어가도록 양보했다. 회사는 달라도 각기 총수를 보필해야하는 처지야 같으니, 그 정도는 월급장이들끼리 서로 돕고 살자고 이해한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1980년대에는 엘지와 삼성이 광고판을 서로 맞바꾼 적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엘지는 지금 삼성타운이 된 서울 순화동에, 삼성은 엘지의 앞마당이 된 여의도의 초소에 광고판을 갖고 있었는데, 홍보담당자들이 서로 합의해서 광고판을 바꿨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경쟁의식 좋지만 ‘도울건 도왔던’ 옛날 좋았네 이들이 광고판 못잖게 신경쓰는 것이 한가지 더 있다. 최고경영자의 시선이 닿는 곳에 경쟁사 제품이 있는 것을 미리 막는 것이다. 얼마 전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 수행팀은 공항에서 진땀을 흘렸다. 공항에는 삼성과 엘지 두 회사의 텔레비전이 구석구석에 설치돼 있었다. 그 최고경영자가 워낙 상대업체의 제품이 보이는 것을 싫어하다보니, 수행팀이 경쟁사 텔레비전의 상표부분에 일일이 테이프를 붙여 가리는 작업을 벌인 것이다. 삼성과 엘지의 경쟁의식은 분명히 발전의 원동력이다. 엘지와 삼성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된 게 두 회사가 세계적인 전자업체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오래 경쟁해왔고 날이 갈수록 경쟁 강도가 세지다보니 최근 두 회사가 광고·홍보에 관해 벌이는 신경전은 다소 심해보인다는 지적을 받는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두 회사의 홍보광고팀들은 감정싸움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하되 서로 도울 것은 돕는 인간적 측면도 있었다.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김포공항 귀빈실 가운데 재벌 총수들이 주로 쓰는 방에 한쪽 회사의 텔레비전이 설치되자 다른쪽 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결국 상대에게 사정을 했고 요청을 받은 쪽은 경쟁사 제품이 들어가도록 양보했다. 회사는 달라도 각기 총수를 보필해야하는 처지야 같으니, 그 정도는 월급장이들끼리 서로 돕고 살자고 이해한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1980년대에는 엘지와 삼성이 광고판을 서로 맞바꾼 적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엘지는 지금 삼성타운이 된 서울 순화동에, 삼성은 엘지의 앞마당이 된 여의도의 초소에 광고판을 갖고 있었는데, 홍보담당자들이 서로 합의해서 광고판을 바꿨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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