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들의 생존기를 배경으로 직장 생태계의 치열함과 치졸함을 그려낸 드라마 ‘미생’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장그래·안영이·오상식 세 주인공에 대한 ‘각기 다른 종류의 관심’이 상승효과를 일으켰다는 빅데이터 분석이 나왔다.
제일기획의 빅데이터 분석 전문조직 ‘제일 디엔에이(DnA)센터’가 드라마 ‘미생’이 방영되기 시작한 10월17일부터 종영 무렵인 12월16일까지 두 달 동안 소셜미디어·온라인 검색 등 빅데이터 분석과 설문조사를 병행한 결과, 소셜미디어에서는 비정규직 신입사원인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 캐릭터의 언급량이 가장 많았다. 19만2천건의 미생 관련 언급 중 장그래 관련 언급이 21%를 차지했다. “장그래 화이팅! 또 다른 그래가 응원한다”“장그래 정규직 안 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현실을 바로 볼 수 있게”“장그래의 고민에 격공(격하게 공감)하는 이유, 바로 내 삶이기 때문” 등 공감하는 반응이 많았다. 제일기획은 “소셜미디어는 특정 이슈에 대한 개인의 생각과 감정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확산되는 특징이 있다. 시청자들이 장그래 캐릭터에 가장 많이 공감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여성 인턴사원 캐릭터인 ‘안영이’(강소라 분)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이었다. 3만4천건에 이르는 미생 관련 온라인 검색어 중 ‘안영이’‘강소라’‘강소라 드레스’ 등 안영이 관련 검색어가 42.7%에 이르렀다. ‘장그래’ 관련 검색어는 29.9%였다. 제일기획은 “온라인 검색어가 많다는 것은 ‘관심의 적극성’을 반영한다. 러브라인에 종속되지 않고 완벽한 능력을 갖춘 여성 캐릭터인 ‘안영이’와 더불어, 안영이를 연기한 배우 강소라씨가 ‘시청률 3% 돌파시 치맥파티’를 공약하며 이슈메이커로 활약했다. 배우 고유의 매력과 캐릭터의 매력이 상호작용해 시청자들이 ‘안영이’와 배우 ‘강소라’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본 것”이라고 봤다.
이 회사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는 ‘공감의 장그래’도, ‘선망의 안영이’도 아닌 ‘오상식’(이성민 분) 과장이 꼽혔다. 제일기획이 미생 종영을 앞둔 12~13일 이틀간 미생 시청자 737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조사해보니 오상식 과장이 31.9%의 지지를 얻었고, 장그래(25.8%), 안영이(12.1%)가 뒤를 이었다. 직장인(32.7%), 주부(43.6%)층이 오상식 과장을 집중적으로 응원했다. 이들은 조사에서 ‘오상식’을 좋아하는 이유로 “신념과 리더십, 내 사람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이상적인 상사의 모습이다”(30대 직장인), “편한 길을 택하지 않고 진실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서 좋다. 내가 그렇게 하지를 못해서”(40대 직장인), “겉으로는 무심한 척 하지만 속은 따뜻한 우리네 아버지들의 전형적인 모습”(20대 주부) 등을 꼽았다. 장그래는 취업준비생(41.9%), 학생(34.7%)층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제일기획은 “미생의 인기비결은 주인공 캐릭터들의 다양한 매력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지속적으로 끌어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드라마의 인기’라는 정형화되지 않은 사회 현상에 대해서도 빅데이터라는 과학적 분석틀을 적용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지난 10월 방영을 시작해 20일 종영한 드라마 ‘미생’은 마지막회 최고시청률 10.3%를 달성하며 인기를 끌었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해 프로 바둑기사가 되는 데 실패한 고졸 ‘장그래’가 대기업 인턴 사원으로 들어가면서, 바둑판에서와 같은 사투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전쟁터’ 같은 직장의 모습을 그렸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