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낮 시간대 텔레비전에서 돈을 빌려 쓰라는 대출광고를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출광고 시간대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의 국회 심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보면, 청소년 시청 보호시간대인 오전 7~9시, 오후 1~10시엔 대부업 광고를 제한하도록 했다. 앞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2013년 5월 미성년자의 텔레비전 시청 시간대에 대부광고가 방영되는 것을 금지한다는 취지로 이런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재는 방영시간에 대한 규제가 없어 24시간 내내 대출광고가 전파를 탈 수 있다. 이렇게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대부업 광고는 대략 하루 평균 1000건을 훌쩍 넘는다.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이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로부터 받은 ‘주요 방송사업자의 대부업 광고 현황’을 보면,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된 대부업 광고는 모두 75만7812건으로, 하루 평균 1188건의 광고를 내보냈다.
그동안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대부업체 대출 광고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대출해준다)’ ‘대출을 쇼핑처럼 쉽고 빠르게’ ‘3초 만에 단박 콜’ 등 대부업체들이 아무에게나 쉽게 돈을 빌려주는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를 해가며 소비자를 현혹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탓이다. 자극적인 광고가 텔레비전에서 범람하자, 금융당국은 지난 1월 한국대부금융협회(대부협회)에 광고 심의규정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부업 광고는 초창기인 2006년 무렵에는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 시청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면서 인지도를 높여왔다. 하지만 대부업의 ‘고금리 대출’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 이들을 앞세운 광고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대부업체들은 연예인 섭외가 어려워지자, 중독성 있는 시엠송과 캐릭터를 앞세워 대출을 유도하는 광고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다가 2013년께부터는 광고에 이야기를 담아 대부업 이미지를 세탁하는 광고를 시작했다. ‘돈 빌려주고 이자 받는 건 카드나 캐피탈이랑 똑같은 거 아니야’ 등 대부업체가 제도 금융권과 다를 것 없다는 식의 메시지와 ‘버스랑 지하철만 탈 수 있나. 바쁠 땐 택시도 타고’ 등 대부업체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내용의 광고가 전파를 탔다.
텔레비전 광고의 효과는 강력하다. 지난해 대부협회가 대부업체 이용자 32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티브이 광고를 보고 대부업체를 안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17%와 6%의 대부업체 이용자가 인터넷과 휴대전화 광고를 통해 대부업체를 알게 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대부업 광고 카피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텔레비전 대부업 광고의 범람으로 마치 고금리의 대부업 대출이 홈쇼핑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 과소비를 조장한다.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도 대부업체에서 불필요한 대출을 받아 사회로 나가기 전부터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대부광고 규제 시행까진 아직 거쳐야 할 관문이 남아 있다. 30일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부업체 및 대부광고가 허용되는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티브이 회사들의 반발이 뒤따를 수 있다.
이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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