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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망하셨지~ 인생을 즐기다~”

등록 2005-11-04 11:52수정 2005-11-07 14:51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로 시작되는 현대카드 패러디 광고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로 시작되는 현대카드 패러디 광고
[분석] ‘돈 쓰고 욕 먹는 광고’ 왜 계속 만들어질까?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 광고로 인해, 상품의 소비와 생산이 촉진되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는 의미에서다. 사람들이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만을 구입하고 생산한다면? 자본주의경제는 망가진다. 불필요한 수요도, 애초에는 없던 수요도 만들어내는 게 광고다. 어떤 식으로든 상품을 알리지 않고는 상품 판매가 불가능하다.

영화, 드라마, 뉴스, 다큐멘터리, 광고 등 다양한 미디어 생산품 중에 제작시간당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것은 광고다. 수십초 짜리 광고 제작에 들어가는 돈이 두세시간짜리 영화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초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돈을 쏟아붓더라도, 돈을 벌기 때문에 광고는 필수적이다. 또 다양한 방법으로 수용자를 사로잡아야 한다.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때문에 광고의 홍수다. 신문을 보면, 광고가 50%에 육박한다. 신문인지 광고지인지 헷갈릴 정도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눈길 닿는 곳마다 광고다. 라디오를 통해, 전광판을 통해 광고는 끝없이 쏟아진다. 온통 광고이다 보니, 싫다고 피할 수 없는 게 광고다. 상품 홍보를 위한 불가결한 마케팅 수단이지만, 어떤 광고는 유난히 거부반응을 부르기도 한다. 비현실적이고 사회 통념에 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노골적인 경우, 단순한 메시지를 반복하는 경우, 수용자들의 반응은 절대 우호적이지 않다.

상품에 대한 호감을 조성하고자 많은 돈을 들여 광고를 만들고, 방송하지만 정작 시청자들의 반응은 “짜증난다”인 경우들이다. 왜 돈 들여 욕먹는 일을 사서 할까?

최근 인터넷에서는 ‘심하다’는 광고들이 도마에 올랐다. 돈 들여 욕 먹는 일이지만, 상당수 광고주는 “어찌 됐든 많이 알려졌으니 좋은 일”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왜 이런 광고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을까? 광고는 알려지는 게 목적이니, 어떻든 알려지기만 하면 되나?


누리꾼들 “이런 광고 정말 싫어!” “아버지는 망하셨지~ 인생을 즐기다!”

하우젠 세탁기 광고(삼성전자)
하우젠 세탁기 광고(삼성전자)

최근 인터넷에서 ‘세뇌광고’라는 리스트도 만들어졌다. ‘세뇌광고’라는 말을 만들어낸 계기는 하우젠세탁기 광고였다. 이 광고는 다른 광고물 사이에 5초 분량의 광고 세 개를 각각 삽입하고 마지막에 5초 광고 세 개를 붙여 15초 동안 노출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다. 각 광고는 수건, 원피스, 물수건, 란제리, 이불, 색깔 옷 등의 소재로 구성돼 있다. 광고시작부터 끝까지 “살균세탁하셨나요 하우젠 ~ ♬ ”이라는 가냘픈 여자의 노래가 끊이지 않는다. 일부 누리꾼들이 “하우젠 노래가 귀신의 노래같다”며 광고를 문제삼기 시작하면서 알려졌다. 일부 누리꾼은 노래를 바꿔달라는 청원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우젠 불매운동하자”는 제안까지 올라왔올 정도다. 이쯤 되면 돈 쓰고 욕먹는 광고를 한 셈이다. 급기야 삼성쪽도 노래를 약간 손을 봤다.

하우젠 광고를 싫어하는 한 누리꾼이 만든 패러디.
하우젠 광고를 싫어하는 한 누리꾼이 만든 패러디.

하우젠세탁기 광고에 이어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현대카드 광고도 누리꾼들한테 뭇매를 맞았다. “아버지는 카드 쓰다 망하셨지” “아버지는 망하셨지~ 인생을 즐기다!” 등 패러디도 등장했다.

여성들 “삼성 ‘인생은 길다’광고 정말 싫다” 불구, 올 한국광고대상 받기도

삼성생명, 농협, 웅진코웨이 정수기, 하루야채끝 등의 광고에 대해서도 불편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2004년 농협 광고 ‘사랑을 나눕니다’는 어색한 김정화의 립싱크와 춤 때문에, 올해 김정은을 무동 태운 농협보험 광고는 좀비마을 같다는 이유로 “내렸으면 좋겠다”는 누리꾼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의 연작 광고 ‘인생은 길다’도 호감과 반감이 엇갈리는 광고다. ‘인생은 길다-딸편’ 편은 “아버지가 브래지어를 막 착용하기 시작한 사춘기 딸의 등을 만지는 장면이 거북하다. 아무리 아빠라 해도 등 만지는 것 신경쓰인다. 광고처럼 방긋 웃는 딸이 얼마나 되냐. 특히 감동을 주려는 듯한 멘트는 더욱 싫다”는 이유로 많은 여성들이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앞서 삼성생명 ‘인생은 길다-아내 편’도 마트에서 생리대를 샘플로 나눠주는 행사장에 달려가 받아온 생리대를 부끄럼없이 카트에 올려놓는 아내를 보며, “손만 잡아도 얼굴이 빨개지던 여자였는데 어느새 아줌마가 다 됐습니다. 왠지 좀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고 말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생리대를 감추지 않는다고 아줌마냐?’며 여성들의 반발을 샀다. 이런 일부 소비자의 반응과 아랑곳없이 이 광고는 최근 한국광고단체연합회는 주는 2005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삼성생명 광고.
삼성생명 광고.

김정은씨가 나오는 웅진정수기는 ‘아직도 정수기 없으세요?’는 정수기 없는 시청자를 무시하는 태도라 거부감이 든다는 평이다. 방송인 정은아씨가 출연하는 ‘하루야채끝’은 “우리나라 사람들 야채를 우습게 봅니다. 하루 권장량은 아세요?”라는 말투가 가르치려는 느낌이 강하고, 소비자들을 우습게 본다는 느낌때문에 싫은 광고로 선정됐다.

여성포털 마이클럽(www.miclub.com)에서 ‘좋은 광고’와 ‘나쁜 광고’에 대한 의견이 활발하다.

“광고기획사 사장이라면 제일 바꾸고 싶은 맘에 안드는 광고는?”

광고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자, 한 누리꾼은 “광고기획사 사장이라면 제일 바꾸고 싶은, 맘에 들지 않는 광고는?”이란 제안을 했다. 다른 누리꾼들이 보인 반응은 의외로 뚜렷했다.

“한번 했던 광고 연속으로 한번 더하는 것 세뇌당하는 것 같다”(〃 ‘bawcock’), “롯데캐슬 광고,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니 볼수록 기가 차는 광고다. -_-”(〃 ‘cocoabwz’) , “아파트 광고 전부 짜증~ 여자의 전부가 아파트야 뭐야 ”(〃 ‘milkstar’)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많은 누리꾼들이 케이블텔레비전의 반복광고에 짜증섞인 반응을 보였다. 케이블텔레비전은 똑같은 광고가 두번씩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wn12345’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최근 포털사이트 네이버붐 뜨는 유머에 ‘대중매체는 우리를 세뇌시켰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누리꾼이 올린 글은 “우리 이제 한 번 생각해봐요. 사랑을 나눠요~!! ” “만나면 좋은 친구 ~ MBC문화방송” “ KBS KBS KBS~ 한국방송 ~~ 사랑해” “하이마트로 가요” 등 방송사 광고에서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등의 광고를 문제삼았다. 누리꾼들이 동의했다. 댓글만 1000개 가깝게 달렸다. 누리꾼들은 글을 본 뒤, “ㅋ.ㅋ완전세뇌당했었다-_-;;”(〃 ‘지롱이ㅎ’) “매일 머릿속에서 ‘살균세탁하셨나요’가 떠나지않음 = ㅂ=” (〃 ‘이슈’) “두통치통생리통엔 ○○○!이 빠졌다 ”(〃 ‘ㅋㅋㅋ’) “나는 이상하게 머릿속에 혈액순환 장애- 혈액순환 장애- 이게 남는다 왜일까-_- ”(〃‘kd2579’) 등 반복광고의 사례들을 꼬집었다.

욕먹으면서도 반복광고하는 이유?

광고주들이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반복광고를 고집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공익광고는 초기에는 “쥐를 잡자” “간첩신고” 등 계몽적인 광고들이 많았다. 반공광고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광고는 아직도 거리 곳곳 간판과 지하철 벽면 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공익광고는 초기광고에 비하면 세련됐다.

한국방송공사에 올려진 방송공익광고는 누리꾼의 인터넷 예절을 다룬 ‘천의 얼굴’과 장기기증을 다룬 ‘동갑내기 생일파티’ , 쓰레기 분리수거를 다룬 ‘고맙습니다’, 꽃이 피는 모습을 다룬 ‘봄의 시작’ 등 네 편이나 됐다. 이밖에도 부동산 투기광고, 신행정수도 이전 광고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번달 1일부터는 콘돔사용광고까지 공중파 방송을 탄다. 이런 광고는 광고의 내용 때문에도 반복광고를 하게 된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광고에서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설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공익광고도 단순홍보가 아닌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나 메시지에 따라 사랑받는 광고가 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의 ‘장기기증’ 광고나 ‘금연광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특히 금연광고에 고 이주일씨가 직접 나왔을 때 흡연자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약 광고는 ‘반복광고’만 있다? 진실 혹은 거짓

신체검사를 받으며 “군대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박카스광고.
신체검사를 받으며 “군대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박카스광고.

약 광고는 어떨까. ‘약장사’란 말이 있을 정도로, 약 광고는 대표적인 반복광고다. 약광고의 특징은 효능 못지않게 광고가 제품의 성패를 가름한다는 데서 비롯한다. 약은 다른 상품과 달리 제품개발비가 많이 들어가, 상품 하나가 그 회사의 운명을 연결짓기도 한다. 동아제약의 경우, ‘박카스’ 하나가 벌어들이는 매출이 나머지 상품의 매출을 압도한다. 또 한국 소비자들이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때 의사나 약사의 선택이 아닌, 광고대로 들은 대로 “OOO주세요”라고 약 이름을 직접 말하고 사는 것도 약 광고의 배경이다. 이런 까닭에 약 광고는 텔레비전에서 15초 또는 30초 광고 내내 약 이름이 반복된다. “맞다! 개보린” “이가튼튼 이가탄” “감기조심하세요. 코리~투살” 등 텔레비전에 방송됐던 약 광고들은 대개 단순반복적이다. 약 광고들이 꼭 ‘약광고의 공식’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힘드시죠”, “젊음”시리즈를 내보낸 박카스 광고는 ‘단순반복’의 특성을 벗어던졌다.

약은 기억력 없는 사람들만 사먹고, 제작자는 바보들인가?

그런데 단순히 상품명을 반복하는 약광고는 왜 꼭 그렇게 만들까? 기억력이 나쁜 사람들만 약을 사먹나, 아니면 창의력이 없는 광고주와 제작자들만이 약 광고는 제작하는가?

답은 효과 때문이다. 이명천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광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학습효과”라며 “반복은 학습의 전제조건으로 반복광고는 매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명을 알릴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하는 광고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법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부 광고가 논란이 있다고 해서 전체 소비자가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며 “광고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반복광고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베네통, 미국 애버크롬비 앤 피치도 ‘논란성 광고’ 단골

광고를 통해 관련단체나 소비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켜, 다른 매체에 의해 ‘논란’으로 소개되며 단번에 널리 알려지는 효과를 노리는 광고는 외국에서 더욱 흔하다. 이탈리아 패션회사 베네통은 광고마다 논란을 부른 사진작가 올리비에르 토스카니의 사진을 전면에 내세워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수녀와 신부의 입맞춤, 동성애, 출산, 에이즈 환자, 사형수 등 비일상적 소재를 사진작품으로 광고하며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애초 목적했던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런 방법은 미국의 의류업체 애버크롬비 앤 피치 같은 업체도 수용했다. 최근 미국에서 애버크롬비 앤 피치는 "Who Needs Brains When You Have These? (‘가슴이 멋지다면 똑똑할 필요 없다’)는 여성 비하적인 문구를 담은 티셔츠 판매로 뉴스를 타고 있다. 이런 티셔츠는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전개되는 등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여고생 그룹은 “우리의 품위를 떨어뜨리지 말라”고 요구하며 이 회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고, 일리노이 로셴버거 상원의원도 강한 비난을 하며 보이콧을 이끌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티셔츠는 티셔츠일 뿐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은 없다”는 반응을 보여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이 티셔츠는 미국내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림 받은 여인보다 불쌍한 여인은 잊혀진 여인’이라는 말처럼, 광고계에서는 논란을 부르고 일부 소비자들의 비판에 부닥치더라도 화제가 되어 인지도를 높이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대효과’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무시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얘기다. 때문에 특정광고에 대한 누리꾼들의 혐오와 안티가 꼭 그 광고가 실패했다고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이승경 김미영 기자 ya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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