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서생면 신암리 골매마을에서 바라본 고리원전의 모습. 부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원전 정책의 미래를 가늠하게 될 ‘운명의 보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신고리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를 둘러싼 잡음이 불거진 가운데, 원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해 온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첫 영구정지에 들어갈 고리1호기의 ‘퇴역’에 맞춰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탈핵을 주장해온 환경단체와 공약 재검토를 원하는 원자력계의 여론 설득 작업도 뜨거워지고 있다. 환경단체와 원자력계가 정부에 명확한 메시지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지난 2일 국정기획위에서의 논란 때문이다. 이날 김진표 위원장은 신고리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와 관련해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따져본 뒤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공약을 재검토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국정기획위는 뒤늦게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공약은 차질없이 이행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신고리5·6호기가 들어설 울산시 울주군 주민의 반발이 이어지고, 지난 1일에는 원자력공학과를 중심으로 한 교수 230명과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이 공약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까지 이어지자 이를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원전 정책이 모호해진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환경단체는 문 대통령이 초등학교 교실에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발표했던 것처럼 ‘고리1호기 퇴역 기념식’에 참석해 명확한 ‘탈핵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1호기가 운행을 멈춘 다음날인 19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본부에서 기념식을 준비 중인데, 이는 국내 원전 가운데 첫 영구정지 사례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취소와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등 탈핵에 필요한 단기적인 조처부터 선언해야 한다. 그 뒤에 구체적인 ‘탈핵 로드맵’을 협의해 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선 기간 관심을 모은 ‘문재인1번가’에서도 ‘탈원전·친환경 에너지 대책’이 가장 높은 호응을 얻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일부터 국정기획위 앞에서 1인 시위를 매일 벌이고 있으며, 서울와이더블유씨에이(YWCA)는 7일 고리원전 앞에서 ‘탈핵문화제’를 여는 등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고리 1호기의 퇴역을 앞두고 원자력학회와 방사성폐기물학회, 한국원자력산업회의도 정반대 방향으로 ‘공약 재검토’를 주장한다. 이들은 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38동에서 원전 산업을 돌아보는 ‘고리 1호기 퇴역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원자력과 에너지 문제에 대한 설명자료’를 발표한다. 김영섭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쳐 원전 정책을 세워가자는 이야기를 전하는 게 목적이다. 설명자료는 언론 광고를 통해 국민들에게도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원전 정책 기조는 국정기획위가 국정목표와 세부 공약을 내놓게 될 6월 말께 뼈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원전의 운영 중단과 건설 여부는 올해 안으로 정부가 완성해야 하는 8차 전력수급계획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된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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