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이 도시바 인수 방안을 찾고자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본 도시바가 21일 이사회를 열어,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의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도시바는 28일 예정된 주총 전까지 매각 절차에 최종 합의하고, 내년 3월 말까지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도시바는 이사회 뒤 성명을 통해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임직원 고용 승계, 민감한 기술의 일본 유지 등의 측면에서 가장 좋은 제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컨소시엄에는 미국의 투자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와 베인캐피털,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한국의 에스케이하이닉스 등이 참여했다. 인수가는 2조1천억엔(21조5천억원) 정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업체별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인수를 위해 설립되는 특수목적회사(SPC)에 3천억엔(3조원) 정도의 자금을 빌려주는 형태로 참여했다. 독점금지법 심사 통과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이 때문에 주요 주주가 못 돼 투자 효과가 반감되게 됐다. 업계에선 “지분 절반 이상을 일본 쪽이 가질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메모리를 일본 기업으로 남겨 기술 유출을 막는 동시에 중국 업체의 참여를 배제하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에이치에스(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바메모리의 주력제품인 낸드플래시의 업체별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34.5%)가 1위고, 도시바(19.6%), 웨스턴디지털(15.4%), 마이크론(11.9%), 에스케이하이닉스(10.1%) 등이 뒤를 이었다.
아직 변수는 남았다. 우선 일본 민관펀드와 국책은행의 컨소시엄 참여를 두고 “민간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바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주력공장인 욧카이치공장을 공동 운영해온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중지 중재 신청을 내고 미국 캘리포니아고등법원에 매각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는 등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하이닉스 관계자는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참여하게 돼 당장은 기술 제휴 같은 사업적 시너지 효과나 시장지배력 변화 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 도시바메모리와 손잡고 선점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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