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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원전론자 “한국 운영능력 세계 수준”…탈핵론자 “운용과 안전은 별개 문제”

등록 2017-07-10 19:15수정 2017-07-11 20:47

‘탈핵공방’, 4가지 쟁점으로 본 주장과 반박

정부의 ‘탈핵 공약’ 이행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가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의 건설 여부를 “공론화해 결정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일각에서 “정부 정책을 재검토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해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내는 곳은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이하 교수단)이라는 이름의 원자력 학계다. 이들은 지난 5일 성명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에너지 문제에 관한 편견과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라며 “국회가 나서서 전문가를 참여시킨 공론화를 진행하라”는 주장을 내놨다. 그러나 핵발전소의 안전성과 핵발전 의존 정책을 비판해온 전문가들은 교수단이 제시한 근거 대부분이 오류와 일방적인 주장만 나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안전성] “후쿠시마 사고, 한국선 희박” ↔ “재해 예측 못해”

교수단은 6월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발표한 문 대통령의 연설문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교수단은 “후쿠시마 사고는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가 원인”이라며 “경주지진 같은 것을 통해 우리나라 원전에서 후쿠시마 같은 사고 발생 확률은 매우 희박하며, 우리나라의 원전 운영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전기술 전문가단체인 ‘원자력 안전과 미래’는 “운영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안전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단체의 이정윤 대표는 “국내의 원전 운영능력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것은 사실”이라며 “운영능력이 뛰어나다 보니 중수로 원자로인 월성 1호기의 경우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시점보다 3년 앞서 압력관을 교체해야 했다. 많이 돌리면 그만큼 더 빨리 낡는다는 뜻으로, 운영을 잘한다고 안전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운영능력이 뛰어나다는 주장 자체에도 이견이 제기된다. 지난달 11일 한울원전에서 원자로의 열기를 식혀주는 원자로냉각재 펌프 4기 가운데 2기가 한꺼번에 멈춘 사고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미국국립표준원·미국원자력학회 기준으로 명백한 설계기준 2등급 사고인데, 한수원이 단순 원자로 정지로 축소했다”며 운영능력에 의혹을 제기했다.

우리나라 원전에서 후쿠시마 사고 같은 사고 발생 확률이 희박하다는 데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견해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원전에 대한 공학적 안전조처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마찬가지로 예측하지 못한 ‘불의의 사고’라는 점에서 원전에 완벽한 안전성이란 없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단지 쓰나미 발생 확률이 적다거나 쓰나미 사고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다는 것만으로 원전의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성] “원자력 단가 제일 낮아” ↔ “폐기물 사후처리비용 예측 어려워”

교수단은 핵발전소를 줄이면 국가경제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원자력의 지난 5년 평균 판매단가가 폐기물·해체 등의 사후처리비용을 포함하고도 53원/㎾h다. 이를 태양광(243원)과 풍력(182원)이 20%, 천연가스(LNG)발전(185원)이 85%까지 대체하면 한해 19조9천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발전단가’를 근거에 둔 교수단의 주장은 ‘논쟁의 출발점’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최근 에너지업계의 흐름을 보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단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의 단가는 늘어나고 있어 언젠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원자력의 단가가 높아지는 대표적인 이유로 폐기물 처분 비용을 들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이 안 나와 있다. 비용이 지금보다 많이 늘어날 수 있는 등 예측이 어렵다. 우라늄에 과세를 해 안전· 비용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미세먼지 방지 비용을 가져오자는 주장과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60개 대학교 공과대 중심 전임교수 417명이 참여한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모임’ 소속 성풍현 교수(카이스트) 등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탈원전 기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60개 대학교 공과대 중심 전임교수 417명이 참여한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모임’ 소속 성풍현 교수(카이스트) 등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탈원전 기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자리] “신고리 중단, 업계 위축” ↔ “해체해도 일자리 창출”

교수단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이 원자력업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교수단은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원전 운영(24기)과 건설(4기)로 한 해 동안 약 36조2천억원의 생산 유발과 연 9만2천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발생한다”며 “원전산업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기기공급 업체, 설계 및 엔지니어링 등 관련 산업계를 붕괴시켜 원전 안전운영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겸임교수)은 “그동안 원전 진흥을 위해 원자력공학과를 급속도로 늘려왔지만, 결국 이익을 얻은 이들은 극소수의 학계 관계자와 산업계 기존 종사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가 2016년에 펴낸 ‘원자력백서’를 보면, 핵발전소 관련 인력은 2014년 기준 3만3497명으로 지난 9년 동안 평균 5.3%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 소장은 “(탈핵으로 전환하면) 원전 해체산업 등을 통해 오히려 고용이 충분히 늘어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극소수의 업계 관계자들에게만 집중됐던 경제적 이익이 사라져 반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에너지 안보] “수입 LNG 대안 안돼” ↔ “LNG로 전부 대체 안해”

교수단은 ‘탈핵 정책 선언’으로 주목받고 있는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교수단은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가스 수요를 확대하면 에너지 안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며, 무역수지 적자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천연가스가 핵발전소와 달리 온실가스·미세먼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박진희 동국대 교수(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상임대표)는 “정부 정책이 실현된다 해도 원전이 모두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2075년 이후의 일”이라며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기 위해 도입하는 천연가스가 전부 원전을 대체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계산”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공약한 대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고 원전 수명을 연장하지 않았을 때 문을 닫는 8GW 정도의 원전 발전용량을 전부 천연가스로 대체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천연가스가 온실가스·미세먼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원전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든 것도 논점을 흐리는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원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안전성에 대한 것이지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병섭 소장은 “원자력계가 과연 ‘에너지 믹스’ 정책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그동안 원자력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할 길을 제시했어야 할 학계가 뒤늦게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계기로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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