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면세점 사업자 선정 중단요구서’를 황교안 총리에게 전달할 것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관세청이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점수 조작 등 비리가 드러나면서 ‘깜깜이 심사’로 비판 받던 면세점 특허 심사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국회에 관련 법안이 여럿 발의돼 있고, 관세청도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12일 감사원과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관세청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 때마다 채점 결과, 심사위원 명단 등을 공개하지 않는 ‘밀실 심사’를 고수했다. 심사에서 탈락한 업체는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없고, 사업권을 따낸 업체도 뭘 잘했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이때문에 심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정치 개입이나 대기업과 공모설 등 의혹이 불거졌다. 면세점 ‘1차 대전’(2015년 7월)과 ‘2차 대전’(2015년 11월)에서 국내 1위 면세점 사업자인 호텔롯데가 잇따라 탈락하면서 업계에선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정업체와 연관된 인물이 심사위원으로 뽑혔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관세청은 “세부 평가 결과나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면 부작용이 크다”며 비공개 태도를 유지했다.
결국 감사원 감사로 그동안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심사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린다. 정치권에선 의지가 강하다. 이번 면세점 감사도 국회 요구로 이뤄졌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 6월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투명한 심사가 가능할 수 있도록 각각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지난 2월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국토교통부 장관)도 법안을 냈다.
김민기 의원은 특허심사위원 명단 및 경력사항을 공개하고, 위원들도 5년 이상 관련 직무 종사자로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또 심사위원회 구성 및 심사위원 요건, 심사 평가 기준을 법률로 상향 규정 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심사위원 공개는 심사의 공정성이나 투명성 확보뿐만 아니라 책임성도 부여할 것”이라며 “심사 평가 기준 등을 시행령으로 규정하면 때에 따라 특정기업에 맞춤형 심사 기준을 제공할 우려가 있어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세청도 뒤늦게나마 면세점 특허심사 제도를 개선하는데 나서기로 했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전문가그룹을 구성해 면세점 특허심사와 관련한 평가기준, 절차 등 전반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면세점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관세청이 특허를 나눠주지 않고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누구나 면세점을 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면세점 난립으로 판매 물건의 질이 떨어져 국내 관광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쪽도 많다.
면세점 업계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사업자 선정 비리까지 터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면세점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우리나라 면세점은 출국장(공항·항만) 22개, 시내 면세점 22개 등 모두 49개가 있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제주공항 면세사업에서 전격 철수를 선언했고, 지난해 말 사업권을 얻은 5곳은 아직 개장일조차 못 정하고 있다. 비리까지 드러나 면세점 특허까지 취소될 수 있어 뒤숭숭한 분위기다. 수사 결과 선정된 업체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것이 확인되면 관세청장이 관세법(178조 2항)에 따라 취소할 수 있다.
특혜가 확인된 기업도 당혹스럽다. 한화갤러리아 쪽은 “관세청을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는지 내부적으로 확인해봤으나 전혀 없었다. 감사 결과를 보고 크게 의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두산 쪽은 “정상적으로 입찰에 임해 최선을 다했다. 현재 특별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 없다”고 전했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이번에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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