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탈원전 논리에 필요한 전력예비율을 맞추려고 기업에게 무리하게 전력 사용을 줄이라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2011년 9·15 대정전 뒤 만든 ‘수요자원(Demand Response·DR) 거래시장’ 제도에 대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오히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흔들기 위한 억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무성 의원실(바른정당)은 7일 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가 지난 7월12일과 7월21일에 각각 세 시간, 네 시간의 ‘급전 지시’를 내렸다”라고 밝혔다. 또 “급전 지시란 정부가 기업에 전기 사용량 감축을 지시하는 것으로, 해당 기업은 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멈추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은 김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정부가 전기가 남아돈다고 공공연하게 홍보하면서도 지난달 일부 기업에 갑자기 전기 사용량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탈원전 정책 논리를 꿰맞추기 위해 기업을 희생양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라고 보도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어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전기를 차단하면서까지 무리한 졸속원전을 추진하지 말고, 기업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전력량을 운용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급전 지시’는 정확하게 ‘수요자원거래시장’을 뜻한다. 전기 사용량이 갑자기 높아지는 여름과 겨울의 이른바 ‘피크 타임’에 대규모 공장 등 산업용 전기의 사용량이 많은 기업이 몇 시간 동안 전기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기업으로부터 미리 감축 여부를 확인하고 감축목표량을 제시하는데, 현재 3천여개의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요자원거래시장은 전기사용자가 전력수요(피크)를 자발적으로 감축하고 시장에서 보상받는 제도”라며 “전력거래소가 피크감축 필요성과 경제성을 감안해 활용기준에 맞도록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2011년 ‘전력대란’을 겪은 뒤 정부가 내놓은 조처 가운데 하나다. 당시 정부는 전력예비율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 대안 가운데 하나로 특정한 기준이 되면 수요자원거래시장을 운영하기로 한 바 있다. 그 기준으로는 △수요예측오차 및 대규모 발전기 고장 등 수급상황이 급변해 수요감축이 필요한 경우 △전력수요 예측값이 직전 같은 수급대책기간의 최대전력에 도달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경우 또는 전력수급 기본계획의 당해연도 목표수요에 도달하거나 넘어설 경우△전력수급 위기경보 준비?관심단계 해당 또는 예상될 경우다. 산업부는 이번 수요자원거래시장 운영에 대해 “7월은 설비예비율은 높았으나, 최대전력 경신이 예상되는 등 해당 기준을 충족했고, 수요자원거래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시행한 것이다”라며 “탈원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예비율을 높이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 역시 “지난달 정부로부터 급전 지시가 있었는데 과거에도 있던 것으로 특별하게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요자원거래시장을 통해 정부가 전기 사용량 감축을 지시한다는 주장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이 기본정산금 등 전력 사용량을 줄인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요자원거래시장에서는 아낀 전기량과 상관 없이 이 시장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일률적으로 기본정산금으로 받으며, 실제로 전력 감축량이 생기면 추가로 비용을 받는다.
이 때문에 오히려 기업에게 주는 기본정산금에 비해 전력 감축효과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우원식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9개월 동안 급전지시를 내린 경우는 기업별로 1~4회에 그치고 발동 시간도 1회당 2~3시간씩 모두 2~10시간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기업이 받은 기본정산금은 1574억원에 달했다. 기본정산금 지출은 많았지만, 한해 급전지시를 내릴 수 있는 60시간 가운데 3~8% 정도에 그친 것이다. 기업을 ‘희생양’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최근 정부는 수요자원거래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단체 등에서 오랫 동안 지적해온 정부 중심의 강력한 전력수급 관리의 한 축이다. 산업부는 최근 “원전 3~4기에 해당하는 4.3GW의 수요자원거래시장 자원을 확보 중”이라며 “2019년부터 아파트, 상가 등 소규모 전기사용자까지 참여하는 수요자원거래시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도 7일 논평을 통해 “냉난방 전력수요로 일시적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피크전력수요를 관리하는 것은 산업부의 당연한 업무”라며 ‘급전 지시’ 보도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그동안 이렇게 많은 수요자원에 기본정산금을 지급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급전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은 발전설비가 너무 많아서다”라며 “정부는 발전소를 더 지을게 아니라 수요관리 잠재량이 풍부한 우리나라의 수요자원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