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우리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에스케이실트론 지분을 인수한 것을 두고 ‘회사 기회 유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스케이실트론은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규소박판)를 생산하는 곳으로, 에스케이 계열사가 되면서 에스케이하이닉스 납품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상장도 계획 중이어서 최 회장이 인수한 지분 가치가 크게 오를 전망이다.
31일 에스케이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전날 에스케이실트론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29.4%를 2535억원에 인수했다. 주당인수가는 1만2781원으로 최근 케이티비 프라이빗에쿼티(KTB PB)가 에스케이에 매각한 에스케이실트론 지분 거래 값과 같다. 두 회사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지분을 인수한 뒤, 최태원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어 지분의 실질 권한을 넘기는 방식을 택했다. 총수익스와프 계약은 증권사가 실제 투자자 대신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주식을 산 다음, 투자자로부터 정기적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즉 최 회장은 인수한 에스케이실트론 지분 권한과 손익을 갖고, 한국투자증권 등은 최 회장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최 회장은 일정 기간이 흐른 뒤 콜옵션을 행사해 이들 지분을 사들일 수도 있고, 증권사들이 지분을 처분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사업 전망이다. 에스케이실트론은 반도체 호황으로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에 납품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향후 상장도 계획 중이다. 에스케이실트론도 사업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의 움직임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문에 최 회장이 총수익스와프 계약으로 자신의 돈을 얼마 들이지 않고 계열사 지분을 인수해 향후 회사 성장과 상장으로 지분 가치를 ‘뻥튀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 쪽은 “이사회에서 사업 기회 유용에 저촉되는지 검토했는데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이닉스 물량은 현재 20% 수준이며 3∼5년 장기계약으로 갑자기 물량이 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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