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주민들이 7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송전탑 없는 지금 이대로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산업통상자원부가 765㎸ 고압 송전탑 건설 사업 타당성 조사 등을 요구하러 정부세종청사를 찾은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면담에 한국전력에서 파견된 ‘전문관’을 보내 반발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면담 상대가 산업부 공무원인 줄로 알고 “한전의 공동체 파괴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뒤늦게 지난 12년간 갈등의 대척점에 서 있던 한전 직원과 면담한 것임을 알게 된 밀양 주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일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산업부 쪽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9월5일 고압 송전탑이 건설되는 경남 밀양·경북 청도·광주 광산의 주민 7명은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등과 면담을 요구했다. 석달 전 국민인수위원회에 전한 사업 타당성 조사, 한전의 마을공동체 파괴 의혹에 대한 감사와 책임자 처벌·사과, 송전선로 주변 주민 재산·건강권 실태조사 등에 대한 처리 경과를 듣고 주민 쪽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산업부는 해당 실장이 출장 중이라며 이아무개 사무관과 한전에서 파견된 박아무개씨를 보냈다. 주민들은 면담을 주도하는 박씨에게 “한전 말씀만 듣지 말고 우리 말도 들어 달라”, “(송전탑 건설보다 지중화 비용이 더 크다는 한전 쪽 주장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에 박씨는 “확인해 보겠다”, “한전 쪽 설명도 들어봐야 한다”, “한전 쪽에서 주민들에게 답변이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 등의 답변을 했다. 박씨는 연락처를 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는 ‘명함이 없다’고 답했고, 면담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정확한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이계삼 대책위 사무국장은 “누가 봐도 박씨를 산업부 공무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한전 직원이 공무원을 사칭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박씨가 한전 파견 직원임을 알게 된 것은 약 2주 뒤인 9월18일이다. 산업부는 이날 광주 광산 주민들의 면담 요청에도 이 사무관과 박씨를 내보냈고, 면담 장소에선 언쟁이 벌어졌다. 박씨를 이상하게 여긴 주민들이 소속을 연거푸 따지자 박씨는 그때야 한전에서 파견된 ‘전문관’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쪽은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을 실제 진행하는 기관과 협약을 맺고 직원 파견을 받아 민원 처리 등을 맡긴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1년 단위로 파견된 한적 직원인 것은 맞지만, 산업부 일을 보고 있다”며 “공무원을 사칭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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