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12일 인도네시아 알타 그라하(AG) 그룹과 자카르타에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었다. (왼쪽부터) 우마르 하디 인도네시아 주한 대사, 알타 그라하 그룹 이키 위보우 사장, 현대차 상용수출사업부 이인철 전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실장, 트리아완 무나프 인도네시아 창조경제위원장, 현대차 상용사업담당 한성권 사장, 알타 그라하 그룹 리차드 하림 쿠수마 부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 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자카르타에 상용차 반제품 조립생산 기지를 만든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처에 놀란 현대차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2일 현대차는 서울 여의도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인도네시아 알타 그라하(AG)그룹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10대 대기업에 속하는 알타 그라하 그룹과 2018년 5월까지 신설 법인을 만들고, 이 법인이 조립·생산기지 운용과 판매망·서비스네트워크 구축을 하기로 했다. 본격 생산은 2018년 하반기부터다.
생산 방식은 현대차가 엔진 등 주요 부품을 인도네시아 공장으로 수출하면, 합작법인이 조립을 하는 반조립생산(CKD)이다. 현지 법인의 생산규모는 연산 2000대 수준이다. 현대차는 대형트럭(엑시언트)과 중형트럭(뉴마이티)부터 우선 투입한 뒤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인도네시아 진출 준비를 해왔다. 인도네시아 상용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데다, 아세안 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인도네시아 생산 차량을 주변 국가로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다. 현재 국내 생산차량을 아세안 10개국으로 수출하면 30∼80%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이인철 현대차 상용수출사업부 전무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주변 지역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베트남에서도 반제품 조립공장을 운용하고 있다. 올 상반기부터 현지업체 ‘타인꽁’과 합작해 설립한 닌빈성 제2 반조립 공장에서 그랜드 아이텐(i10), 투싼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중이다. 또 베트남 꽝남성에선 현지업체인 ‘타코’과 합작해 상용차 반조립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아세안 자동차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곳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아세안 자동차 판매량은 316만여대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매량(8400만대)의 약 3.8%에 그쳤다. 그러나 성장이 점차 정체되고 있는 중국, 미국 등과 달리 아세안 경제는 연 4~5% 성장하고 있다. 인구(6억3000만명)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다. 아세안은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 10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아세안 자동차 시장은 90% 넘게 일본 회사들이 점유하고 있다. 일본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현대차는 지난 10월 해외영업본부에 아세안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10여명 규모의 태스크포스가 현지 판매망 구축, 투자 확대를 위한 시장 조사와 관련 법규 점검 등을 하고 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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