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14일 전북 군산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공장 폐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제공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15일 “올해 임금 인상과 지난해 성과급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통상 지급돼 온 연간 1천만원의 성과급을 포기하는 사실상의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겠단 것이다. 그간 회사 쪽 요구의 핵심도 기본급 동결, 성과급 지급 불가, 사무직 승진 미실시 등이었던 만큼, 곧 재개될 노사 교섭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이날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군산공장 폐쇄 철회, 한국지엠 장기발전 전망(신차 등) 제시, 조합원 고용생존권 보호 담보 확약, 산업은행의 실사 결과 공개, 실사 결과에 대한 책임 이행을 전제로 2018년 임금 인상과 2017년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장기발전전망에 대해서는 신차 투입 로드맵 제시,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 국내 개발·생산, 노사 합동 경영 실사 확약, 임원 축소 및 조직 개편 등 21가지 요구 조건을 내놨다.
한국지엠지부가 금속노조가 먼저 결정하는 임금 인상률 방침을 따르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올해의 경우 지난 12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한국지엠과 현대·기아차의 경우 5.3%의 임금인상률 요구 방침이 결정됐다.
고용생존권 보장 등 노조가 임금 삭감 수용 대신 내건 조건들이 앞으로 진행될 교섭에서 큰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고용불안을 야기할 인위적인 정리해고를 강행할 필요성이나 명분 자체가 상당히 작아졌다. 한국지엠이 희망퇴직과 노사 임금·단체 협상으로 절감하려던 인건비 5000억원(연간 영업적자 규모)이 얼추 확보됐기 때문이다. 앞서 진행된 희망퇴직(2500명)에서 40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한 것으로 추산되고, 이날 노조 결정으로 최소 1400억원(성과급 1000만원×희망퇴직자 제외 인력 1만4000명)을 추가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노조의 군산 공장 폐쇄 철회 요구와 관련해서는, 종국에는 노사 간 전환배치(부평·창원 공장으로의 군산 인력 재배치) 협의로 출구가 열릴 공산이 크다. 다만 회사 쪽에서 임금 동결과 성과급 미지급에 그치지 않고, 명절 폭지포인트 지급 삭제, 중식 유상 제공, 통근 버스비 조정, 자녀 학자금 지원 지급 축소를 지금까지처럼 계속 요구한다면 노조가 강경한 태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한국지엠 노사는 이날 노조의 교섭 요구안 확정으로 임금 동결, 성과급 미지급이라는 큰 틀의 의견 일치를 본 셈이 됐다. 그런 만큼 이제 공은 ’신차 결정권’을 가진 지엠 본사로 넘어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는 대의원대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단 한번도 일한 것 이상의 대가를 바란 적 없고 받은 적도 없다”며 “노조가 뼈를 깎는 고통으로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은 (협력업체 소속 포함) 30만 노동자들의 고용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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