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한국케이블방송협회 회장이 12일 제주 서귀포시 부영호텔에서 케이블방송업체 대표들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국케이블방송협회 제공
씨제이(CJ)헬로를 비롯한 케이블방송사업자(SO)들이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참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이 참여하는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의 등장으로 차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이 기존 이동통신 3사 독과점 구조에서 벗어나 4개 사업자가 맞경쟁을 벌이는 구도로 바뀔지 주목된다.
김성진 한국케이블텔레비전방송협회 회장은 12일 제주 서귀포시 부영호텔에서 취임(3월27일) 뒤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참여해 유효경쟁 체제가 구축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이 전국적으로 갖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원가를 최소화함으로써 보편적 요금제를 실현하는 동시에 정보복지에 기여하고, 케이블텔레비전사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이라며 “이동통신에 관심있는 다른 기업들과 협력체제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블텔레비전방송협회는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부영호텔에서 ‘케이블방송 장비 전시회 및 케이블방송상 시상식(KCTA Show 2018)’을 열고 있다. 김 회장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이런 뜻을 전달했다.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행사 기조연설에서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케이블텔레비전방송 사업자들이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참여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케이블방송업체 임원은 “협회장이 사업자들의 뜻을 모아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이번 행사에 앞서 주요 케이블방송업체 대표들을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배정 때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배려하고, 실질적인 유효경쟁 정책을 제시하면 참여하겠다는 게 사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이동통신 시장에 ‘메기’를 투입해 갈수록 심화하는 기존 3사의 시장 독과점 구조를 깨면서 통신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7차례나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자금 동원력을 갖춘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재무적 투자 능력’ 잣대를 넘지 못했다.
그동안 정부와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차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가 배정되고, 4차 산업혁명 활성화 정책이 본격 추진되는 지금이 제4 이동통신 사업자가 등장할 적기”로 꼽혀왔다.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은 회선 중심이 아닌 콘텐츠·서비스 중심이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중국의 텐센트 같은 곳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 한·중·일 모바일 서비스·콘텐츠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큰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엘지유플러스(LGU+)가 잇따라 씨제이헬로 등 케이블방송사업자 인수에 나섰거나 인수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도 “제4 이동통신 사업자 등장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제4 이동통신 사업자에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이 참여하면 케이티(KT)에 견줄만한 유선통신망까지 갖추게 된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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