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 의혹이 제기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는 비난 여론이 퍼지자 15일 새벽 귀국했지만, 아직 공개 사과 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조 전무는 이날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그는 귀국 직후 공항에서 “어리석었다. 죄송하다”며 “물을 뿌리지는 않았고 밀치기만 했다”고 <문화방송> 취재진에게 말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 등을 통해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세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출국한 지 사흘 만이다. 조 전무는 상식 밖의 갑질 논란으로 여론이 들끓는데도 ‘#나를 찾지마', ‘#휴가갑니다', ‘#클민핸행복여행중' 등의 해시태그를 단 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오후 연차 휴가를 쓰고 출국해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특히 <오마이뉴스>가 조 전무로 보이는 한 여성의 욕설과 폭언이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하면서 공분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대한항공 사명과 로고를 변경해 달라’ ‘조현민 전무의 갑질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무가 조만간 공개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대한항공 관계자는 “오늘 새벽에 귀가해 집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과는 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땅콩 회항’ 사건으로 보직 사임했던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은 지난 3월 3년4개월만에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언니인 조 사장의 전례를 따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자숙한 뒤 경영진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언니처럼 대한항공 브랜드이미지에 막대한 피해를 줬는데도 총수 일가라는 이유로 여론이 잠잠해진 뒤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강서경찰서는 당시 회의 참석자들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하는 등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내사에 돌입한 상태다. 강서경찰서는 “조 전무가 광고회사와 회의했다는 당시에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한 대한항공 직원 몇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