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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관세청 “은밀한 곳” 대한항공 “창고”…조양호 집 ‘비밀의 방’ 진실은?

등록 2018-05-03 19:16수정 2018-05-04 10:14

관세청 3번째 압수수색서
“외부인 발견 힘든 2곳 찾아내”
대한항공 “드레스룸 안쪽·지하공간
평소 쓰지 않는 물건 보관 창고”

박스 2개 압수품 공개 안해
대한항공 유착 의혹 덮으려
관세청 ‘보여주기식 수색’ 의심
관세청은 지난 2일 서울 평창동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자택 압수수색 뒤 “외부인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공간을 찾았다”고 밝혔다. 세번이나 압수수색을 한 이유도 이 ‘비밀의 방’에 대한 상세한 제보를 받고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3일 ‘비밀의 방’의 존재를 전면 부인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 ‘비밀의 방’이 맞나? 대한항공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조 회장 자택에 일반인이 알아챌 수 없는 비밀 공간이 있고 이곳에 은밀하게 불법적인 물건들을 보관하고 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택 2층 드레스룸 안쪽 공간 및 지하 공간은 누구나 발견하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지하 공간은 평소 쓰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라고 밝혔다. 관세청이 은밀한 곳이라고 했던 곳이 누구나 발견하고 들어가는 곳이며, 창고 수준의 용도라는 얘기다. 관세청의 판단은 전혀 다르다. 관세청 관계자는 “밀수 의혹을 받는 조 회장 쪽은 당연히 비밀의 방이 아니라고 주장해야 하지 않겠느냐. 조사관들에 따르면, 드레스룸의 옷을 젖혀야 방문이 보일 정도로 감춰진 공간이었다. 총 3곳의 의심 공간을 찾았는데, 이 가운데 1곳만 회사 쪽이 공개했고, 나머지 2곳은 조사관들이 찾아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회장 집의 연면적은 1404㎡(425평)에 달할 정도로 크다. 한 경찰 수사관은 “예전 세월호 사건 때 검찰도 도피 중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어 있던 전남 순천 별장 안의 비밀방을 찾지 못했다. 작정하고 숨기려 했다면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주장대로 눈에 띄는 평범한 공간이었다면 앞선 2차례의 압수수색이 허술했던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1·2차 압수수색에서 물건의 부피가 큰 명품을 위주로 찾다 보니 평범한 공간을 놓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결정적 증거는 찾았을까? 그동안의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과 관련해 관세청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관세청이 침묵하는 동안 명품 가방·가구 등의 보도가 나왔고, 해외 유명 미술품이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확인해줄 수 없다. 조사 결과엔 시간이 걸린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세번째 압수수색 때 조사관들이 들고나온 것은 상자 두개뿐이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애초 우리가 원하던 물품을 찾지는 못했다”며 별다른 성과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관세청이 대한항공과 유착 의혹을 의식해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관세청 직원들은 조씨 일가의 밀수에 직간접으로 관여했고, 대한항공 좌석 배정에 편의를 받았으며, 조 회장 쪽이 제공한 양주로 회식을 했다는 의혹들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관세청 관계자는 “그렇다면 들어온 (비밀의 방) 제보에 대해 조사를 하지 말라는 말이냐”며 “의심이 가면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 기관의 역할이다”라고 해명했다.

■ 또다른 비밀 공간은 없을까? 조씨 일가의 밀수 의혹 물품이 숨겨진 ‘비밀 공간’에 대한 제보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평창동 자택이 아니더라도, 제2·제3의 비밀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인천세관이 열어놓은 오픈 카카오톡 방엔 3일 “그랜드하얏트인천 호텔 안에 회장 일가가 사용하는 방이 있고, 여기에 몇천만원 상당의 드레스와 해외 물품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호텔 직원에게 들었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한겨레>가 전직 한진그룹 직원에게 확인한 결과, 실제 인천 하얏트호텔엔 조양호 회장이 이용하는 이른바 ‘오너 스위트룸’이 존재한다. 조 회장이 한달에 한두번 이용하는데, 소수의 직원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될 정도로 철저하게 감춰진 곳이다. 이 직원은 “오너 스위트룸은 호텔의 최고급 방인 프레지덴셜 스위트룸(252㎡, 약 76평)과 비슷한 규모다. 원래 스위트룸을 꾸밀 때 홍보 차원에서 외국 명품 가구를 들여오는데, 오너 스위트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가구가 정식 수입된 것인지 밀수품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그랜드하얏트인천 쪽은 “확인해줄 것이 없다”고 했고, 관세청 관계자는 “제보 내용에 대해 담당 부서가 조사 착수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최하얀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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