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문 관세청장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평창동 집 압수수색 당시 불거진 ‘비밀의 방’과 관련해 “영화에서 나올 만한 비밀스러운 곳”이며 “일부 자료를 찾았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쪽이 “비밀스러운 곳이 아니다”고 반발한 것과 소득 없는 ‘보여주기식 압수수색’ 아니냐는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 청장은 10일 아침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 쇼’와 인터뷰에서 “(비밀의 방이 아니었다면) 앞선 조사서 우리가 (방을) 찾았을 것”이라며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옷장 뒤의 옷을 치워야 출입문이 나오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또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비밀의 방을) 조금 치웠지 않나 의심을 하고 있다”며 “물건은 아니지만, 자료를 일부 찾았다”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어떤 자료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김 청장은 현재 조씨 일가의 밀수 의혹 관련한 수사가 난항인 것도 인정했다. 그는 “아직은 초기 단계다. 품이 많이 들어가는 수사다.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 있고 국내에 물건이 있으면 끝난 게 아니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해외에서 선물을 줬다, 선물 받은 거다 하면 (밀수) 입증이 됐다고 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항공 좌석 편의 등 관세청 직원 유착 의혹에 대해선 “항공 좌석 편의를 받은 사실은 있었던 걸로 확인되지만, 그것 때문에 밀수를 묵인해줬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관세청 묵인 의혹만 강조되다 보니 제보가 안 들어오고 있다. 믿고 적극적인 제보를 해달라”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소환 조사 일정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자료를 정리한 뒤 부르겠다”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최대한 신속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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