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로 환경재단에서 라돈방사선침대 리콜 확대 및 사용자 건강 전수조사, 감사원의 특별감사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폐암 유발 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대진침대 메트리스 제품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조사 결과가 오락가락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앞선 조사 때는 측정 결과가 기준치를 밑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기준을 바꿔 다시 조사했더니 메트리스 7종이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나 수거명령 등 행정조처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2010년 이후 생산된 대진침대 매트리스 7종에서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정한 가공제품 안전기준인 연간 피폭 방사선량 1밀리시버트를 초과하는 방사선량이 검출됐다고 10일 밝혔다. 7종은 그린헬스2, 네오그린헬스, 뉴웨스턴슬리퍼, 모젤, 벨라루체, 웨스턴슬리퍼, 네오그린슬리퍼 등이다. 원안위는 “이들 매트리스 속 커버나 스폰지에 천연 방사성 핵종인 토륨이 포함된 모나자이트가 들어있어, 하루에 10시간 동안 해당 매트리스로부터 2㎝ 높이에서 엎드려 호흡할 경우 연간 피폭선량이 1밀리시버트를 초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린헬스2는 라돈·토론 동위원소에 따른 연간 피폭선량이 9.35밀리시버트에 달했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 10일 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한국원자력안전재단 등 관련기관들과 함께 라돈 다량 검출 제품으로 알려진 대진침대 매트리스 ‘뉴웨스턴’(2016년 제조)을 조사한 결과, 해당 제품에서 측정된 피폭선량이 연간 0.15밀리시버트에 그친다고 밝혔다. 당시 엄재식 원안위 사무처장은 “(해당 매트리스가) 국내 안전 기준에 위배되는 것이 없다”며 “그러나 침대 같은 ‘호흡 밀착형’ 제품의 경우 관련 기준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제도 개선에 협의하겠다”고 했다.
원안위는 그 뒤 2010년 이후 대진침대가 판매한 총 26종의 매트리스 가운데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24종에 대해 2차 조사를 진행했다. 1차 조사 때에 견줘 2차 조사 뒤 발표된 피폭선량이 눈에 띄게 커진 것은 지난번에는 매트리스 속커버만 조사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완전한 시료를 얻어 속커버와 스폰지까지 종합 조사했기 때문이다.
원안위가 피폭선량 평가 방식과 측정 기준을 바꾼 영향도 있다. 원안위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라돈은 실내 공기의 질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원안위는 가공제품 피폭선량 평가 때 라돈에 의한 내부 피폭선량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침대처럼 호흡기에 오랜시간 밀착되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라돈·토론에 의한 피폭을 확인하고 14일 방사선 전문가들로 구성된 ‘라돈 내부피폭 기준 설정 전문위원회’를 열어 라돈·토론 내부 피폭 측정 기준을 세웠다”며 “새 기준에 맞춰 매트리스 피폭선량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원안위 관계자는 “1개 제품(뉴웨스턴)만 조사한 1차 중간조사 내용으로 허용치 이내라고 (10일) 밝혔으나, 이후 조사에서 기준치를 넘어서는 매트리스가 대폭 나왔다”며 “국민께 혼란을 드린 점에 사과한다”고 말했다. 또 “대진침대 실제 사용자로부터 협조를 받아 미확보된 매트리스 모델 시료를 확보해 피폭선량을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하거나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등의 후속조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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