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가 심각한 엔진 결함이 발견된 항공기에 승객을 태워 비행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결함이 있는 상태로 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직원이 보고했으나, 지난 10일 대표이사로 취임한 권혁민 당시 정비본부장이 비행을 지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24일 ‘대한항공 직원연대’와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9월19일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해 괌 국제공항에 도착한 보잉 777 기종 항공기(편명 LJ641)에서 엔진으로 투입되는 연료가 차단되지 않아 비행기 시동이 꺼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조종사가 ‘엔진 마스터 스위치’를 눌러 엔진을 끄려 했지만 연료 밸브가 차단되지 않아 30초가량 연료가 계속 주입됐다. 과열된 엔진으로 연료가 계속 공급되면 화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연료 밸브는 핵심 안전 부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진에어는 대체 항공기를 투입하지 않고 해당 비행기에 대한 현장 점검과 시운전만 한 뒤 다시 비행에 투입했다. 괌에서 출발한 비행기에는 승객·승무원 276명이 타고 있었으며, 인천 도착 뒤에도 또다시 연료 밸브가 제때 차단되지 않아 엔진에서 연기가 나기까지 했다. 당시 진에어는 국토교통부에 제작사(보잉) 매뉴얼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했으며, 결함 부품과 내용은 최소장비목록(MEL·고장이 나더라도 정비를 미루고 비행을 계속할 수 있는 부품의 목록)에 속해 비행이 가능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이에 대해 “애초 이륙해서는 안 되는 심각한 결함이었다”며 “최근 대표이사가 된 권혁민 정비본부장의 지시로 승객 안전을 위협하며 비행을 강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직원은 “권 본부장이 욕설을 섞어가며 비행기를 띄우라고 지시하는 것을 들은 직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지난 10일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대신 새로 대표이사로 선출된 조 회장의 측근이다.
진에어는 “해당 비행기는 괌 공항에 도착한 뒤 엔진이 정상적으로 정지됐다”며 “정지 뒤 연료 공급관에 남은 잔여 연료 때문에 연무(연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시 정비 교범과 제작사 지침에 따라 점검을 진행했고, 시운전 결과 결함이 해소된 것으로 확인돼 운행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진에어가 당시 보잉사의 지침 일부를 따르지 않았고, 최소장비목록 규정을 부적절하게 적용한 사실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곧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와 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앞서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4월에 2016년 9월 엔진 결함 항공기를 중국 다롄에서 인천공항까지 운항한 대한항공에 1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최하얀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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