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에너지공단 이사장이 올해 1월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신년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하는 모습. 에너지공단 제공
이명박 정부 때 지식경제부와 청와대에서 해외 자원개발 업무를 맡았던 강남훈 에너지공단 이사장이 임기를 1년5개월 앞두고 돌연 면직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과거 해외자원개발 사업 3개를 조사해달라고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공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산업부는 29일 강 이사장을 면직 처분했다. 산업부가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 등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검찰에 보내고 몇시간 뒤 강 이사장에게 면직 처분 사실이 통보됐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정권 교체 뒤 흔히 하는 ‘재신임’ 전단계 차원에서 올 초 사표를 제출했지만 수리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임기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면직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안팎에선 강 이사장이 검찰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면직 처분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월부터 1년 동안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원자력정책관(국장)을 지냈고, 2011년 6월부터는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으로 일했다. 석유공사가 수조원의 손실을 낸 하베스트 인수(2009년 9~10월) 시기, 광물자원공사의 멕시코 볼레오 사업 지분 확대 결정(2012년) 시기와 강 이사장이 관련 일을 했던 시기가 맞아떨어진다.
앞서 산업부는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사업, 가스공사의 캐나다 웨스트컷뱅크-혼리버 사업, 광물자원공사의 볼레오 사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특히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 당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의 지시 및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많은 의혹이 불거져 있는 과거 자원개발 사업들에 대한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산업부 사무실 컴퓨터 안 문서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당시 인수 과정을 잘 알고 있는 공사 관계자들을 면담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의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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