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들과 시민들이 지난 5월7일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을 규탄하고 조 회장 일가에게 경영 일선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보내 조양호 회장 일가의 일탈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해명과 실질적 문제해결 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에 공개서한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금운용본부는 5일 대한항공에 ‘국가기관의 조사 보도 관련 질의 및 면담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귀사 경영진과 관련한 여러 국가기관의 조사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대한항공에 대한 신뢰성 및 기업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연금공단은 대한항공 주주로서 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를 위해 해당 사안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입장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귀사 입장과 그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자료, 귀사를 대표할 수 있는 경영진 및 사외이사와 비공개 면담을 요청하니 15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금운용본부가 공개서한을 보낸 것은 지난달 3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대한항공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고, 공개서한 발송·경영진 면담 등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한 지 엿새 만이다. 공개서한 발송 하루 전인 4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산하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도 회의를 열어 한진그룹에 경영관리 체계 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이러한 우려 표명이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경영 참여’ 범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 한편, 대한항공 쪽은 “국민연금이 발송한 공개서한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 말 기준 대한항공 최대 주주는 ㈜한진칼(29.6%)이며, 국민연금은 약 1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진칼은 조양호 회장 일가가 지분 약 25%를 보유한 한진그룹 지주회사인데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11.8%를 보유 중이다.
박현정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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