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한빛 2호기 원자력발전소 격납 건물 철판 부식 발견 뒤 한국수력원자력이 전체 원전을 점검하면서 부적절한 검사 방식을 사용해 안전기준(5.4㎜)에 못 미치는 ‘불량 철판’ 수가 축소된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한수원 원전 안전관리 실태의 ‘구멍’이 또 드러난 것이자, 애초 부실 검사를 파악했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마저 규제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27일 한수원이 격납 건물에서 방사선 유출을 막는 철판(라이너플레이트·CLP) 두께가 실제보다 두꺼운 것처럼 측정될 수 있는 ‘수정 표준방식’을 쓴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수정 표준방식은 철판에 초음파를 쏴 철판과 격납고 콘크리트가 맞닿는 배면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해 두께를 계산한다. 이때 초음파가 처음 닿는 곳은 도장을 해놓은 표면이라 도장 두께를 빼야 실제 철판 두께가 나온다. 한수원은 도장 두께로 설계값 표준인 0.2㎜를 일괄 적용했다. 만약 0.2㎜보다 두껍게 도장됐다면, 철판 두께가 5.4㎜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와도 실제로는 그보다 얇은 것이다.
감사원이 도장 두께를 따질 필요가 없는 ‘에코 방식’으로 고리 3·4호기를 검사한 결과, 고리 4호기에서 한수원이 안전기준을 충족한다고 했던 철판 143곳 가운데 65곳의 두께가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 방식은 초음파가 배면에 닿아 반사된 뒤 도장 안쪽 철판으로 돌아오는 속도를 측정한다.
더욱이 한수원이 예전에는 에코 방식을 쓰다가 한빛 2호기 철판 구멍을 계기로 벌인 확대 점검 때는 수정 표준방식으로 측정 방식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한수원이 철판 공급사에 측정 방식 변경이 적절한지 묻지도 않았다”며 “감사원이 문의해보니 수정 표준방식은 오차가 크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지난 1년가량 진행해온 전 원전 대상 철판 두께 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감사원 지적에 대해 한수원은 “에코 방식으로 두께 측정을 하면 부식 철판인 경우에는 두께 측정이 제대로 안 되거나 오차가 커져 표준 방식을 채택한 것”이라며 "부식이 안 된 철판에 대해서는 에코 방식으로 바꾸었으며, 부식 철판은 표준방식을 더 보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감사원 감사는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국내 원전이 지진·해일로부터 안전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다. 지난해 12월4일부터 올 2월2일까지 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 원안위 등 6개 관련 기관을 상대로 감사가 진행됐다. 감사원은 철판 두께 측정 방식 외에도 한울 1·2호기 액체방폐물 저장소 등 22개 건축물에 내진 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점 등 15건의 위법·부당 또는 제도개선 필요 사항을 파악해 해당 기관에 주의(1곳)를 주거나 개선하라고 통보(14곳)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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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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