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9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연구용 원자로에 대한 해체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관리하고 있던 방사선 폐기물이 대거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없어진 폐기물은 연구용 원자로나 핵연료 연구·개발 시설에서 사용됐던 납·구리·금·철제 등이다. 사라진 폐기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연구원의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연구로’와 대전 우라늄 변환시설 등을 조사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원안위는 두 시설 해체 때 나온 방사선 폐기물들이 무단 반출됐다는 제보를 대전지방검찰청으로 전해받아 올 2월19일부터 지난 27일까지 조사를 벌여왔다. 서울연구로의 주요 시설은 2000∼2014년, 우라늄 변환시설은 2004∼2012년에 해체됐다.
원안위 조사 결과, 납 44∼67t과 구리 6t, 철제·알루미늄·스테인리스 30t, 금 0.3㎏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연구용 원자로인 서울연구로에서 납 폐기물이 대거 사라졌다. 2007년 납 폐기물 20t이 저장용기 제작업체로 무단 반출된 게 드러나 회수한 일이 있는데, 이 때 회수된 20t 가운데 3t만 대전 원자력연구원으로 2009년 무사히 운반됐고, 나머지 17t은 다시 없어졌다. 납 재질 용기(컨테이너)도 30개 중 27개(약 6.5t)가 2008년 이전에 무단 반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안위는 “당시 해체된 방사선 폐기물 관리자가 납 용기가 사라진 것을 알고도 상급자와 규제 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납 벽돌 10.6t도 2003년 5월 대전 원자력연구원으로 옮겨지기 위해 반출되던 과정에서 사라졌다. 철제·알루미늄·스테인리스 폐기물의 경우에는 실제 발생량이 228t인데 보관·처분 기록에는 198t 규모만 기재돼 30t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대전 우라늄 변환시설에서 사라진 구리전선 5t은 해당 시설 해체 작업을 맡았던 용역업체 직원들이 시설물에서 잘라내 2009년 고물상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안위는 “이 또한 당시 해체 관련자와 방사선 안전 관리자가 알고 있었지만 기관장과 규제 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라늄 변환시설 해체 과정에서는 금도 소량 절취됐다.
원안위는 “해당 폐기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무단 반출됐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조사 결과를 대전지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방사성 폐기물 관리를 소홀히 한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행정처분 수위도 곧 결정할 예정이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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