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미국에 한국산 자동차에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 물품이 국가 안보를 해칠 경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수입 제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이 수입산 철강에 232조를 근거로 고율관세나 수입량 제한을 한 데 이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232조를 적용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자, 정부가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 자동차 안보영향 조사에 대한 정부 의견서를 29일(현지시각)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자동차협회, 자동차 부품 조합 등 업계와 관계부처, 통상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정부 의견서를 마련했다.
산업부는 의견서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상호 호혜적 수출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동차 산업에 232조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산업부는 양국이 지난 3월28일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 당시 미국 쪽 요구에 따라 미국 자동차에 적용하는 한국의 안전 규제를 일부 완화하기로 한 점을 강조했다. 또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주력 차종은 중소형 자동차라 중대형 자동차와 스포츠유틸리티(SUV) 위주인 미국 자동차와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미국에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약 3만명의 직접고용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 생산능력 가동률, 생산, 수출, 고용 등 주요 지표가 10년간 증가 추세로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건재한 상태라는 점도 짚었다.
이에 앞서 한국무역협회도 전날 “한국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가 아니라 외려 미국산 자동차의 유망 잠재 수출시장”이라며 “더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이미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는 의견서를 미국 상무부에 제출했다. 무역협회는 의견서에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 뒤 협정 발효 이후 4년차까지 관세 2.5%를 유지하기로 하는 등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바 있다”는 점도 짚었다. 자유무역협정 틀거리 안에서 상호 호혜적으로 자동차 수출입 조건이 논의돼 온 만큼, 232조를 한국산 차에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국가안보 영향 조사에 착수하겠다 지난달 23일 밝혔다. 29일까지 각국의 의견서를 받은 뒤 다음달 19∼20일 관련 공청회를 열 에정이다. 우리 정부는 공청회에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민·관 합동 사절단을 파견해 입장을 피력할 계획이다.
미국이 232조를 계속 꺼내드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데이비드 럭 부회장도 28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포럼에서 “미국 정부가 자동차를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라며 “수입차에 232조를 적용하려는 것은 잘못된 답(wrong answer)”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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