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노조파괴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노사교섭을 대리하면서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교섭대리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경총에서 노사교섭을 대리했던 황아무개 노사대책본부장과 전문위원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3일 서울중앙지검과 경총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은 최근 황 본부장과 전문위원 한 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부당노동행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잇따라 불러 조사한 뒤, 조만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경총에서 삼성전자서비스 교섭을 대리하다 2014년 삼성에 입사한 전직 경총 전문위원도 함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본부장의 이름은 이미 구속 기소된 최아무개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의 공소장에도 등장한다. 공소장을 보면, 최 전무는 황 본부장 등 경총 관계자와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 직원들과 공모해 2013년 7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의 단체교섭 지연 방안을 논의한 뒤 같은 해 9~10월 두차례에 걸쳐 단체교섭 요구를 받았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지연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무의 공소장에 황 본부장이 ‘공모관계’에 있다고 적시됐고, 실제로 교섭 지연을 실행한 이들이 경총 관계자인 만큼 검찰은 입건된 황 본부장 등 경총 관계자들을 삼성의 부당노동행위 ‘공동정범’으로 의율해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경총이 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은 자주 제기됐지만 수사선상에 오른 적은 없었다. 유성기업 등에서 ‘노조파괴’를 자문해온 창조컨설팅의 심종두 노무사가 경총 출신이란 점만 노동계에서 자주 언급됐을 뿐이다. 경총이 삼성의 부당노동행위 공범으로 수사를 받게 됨에 따라, 최근 송영중 전 상임부회장을 둘러싼 내홍과 더불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애초 송 전 부회장 관련 내홍이 촉발된 배경은 황 본부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 경총은 이들에 대한 변호사 비용을 경총 예산으로 대신 지급하려고 했다가 송 전 부회장의 제지를 받은 바 있다. 경총은 검찰 수사가 윗선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변호사 비용을 대신 지급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 관계자는 “당시 통상적인 업무였고 부당한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김양진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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