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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원전이 싸다는 착각, 사고·폐로 비용 부담자를 모르니까”

등록 2018-07-11 20:54수정 2018-07-13 12:24

[인터뷰] 일본 류코쿠대 오시마 교수

“후쿠시마 사고처리 비용 7년간 4배로 불어
최근 집계 236조원…이마저도 일부는 빠져
도쿄전력이 부담 않고 정부가 세금 지원
전력회사들 계속 ‘원전 싸다’ 주장하는 것”
지난 6월 28일 오시마 겐이치 일본 류코쿠대 교수가 <한겨레>를 만나 2011년 3월 후쿠시마 사고 뒤 일본 내각이 도쿄전력의 사고 손해배상 책임을 무제한 지원해주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오시마 겐이치 일본 류코쿠대 교수가 <한겨레>를 만나 2011년 3월 후쿠시마 사고 뒤 일본 내각이 도쿄전력의 사고 손해배상 책임을 무제한 지원해주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이 얼만큼 비싸냐를 논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원전사고 비용 지급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미리 정해놓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오시마 겐이치 류코쿠대 교수의 말이다. 에너지전환포럼 주최 세미나 초청을 받아 방한한 오시마 교수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부터 8년째 사고 처리 비용을 추적·연구해온 경제학자다. 후쿠시마 사고는 전 세계에 원전사고의 파괴력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실제 원전 가격’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교훈도 전해주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11년 5조8천억엔이라고 밝힌 사고 처리 비용은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4배 가까이 불어났다. 최근 새로 집계된 후쿠시마 사고 처리 비용은 손해배상액만 7조9천억엔, 폐로 비용에 8조엔, 제염 비용에 4조2천억엔 등 총 23조5천억엔(236조원)에 달한다. 이마저도 제염 폐기물 최종 처리 비용과 사고 주변 지역인 ‘귀환 곤란 지역’ 제염 비용 등은 빠져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오시마 교수는 “원전이 사고가 나지 않고 무사히 40∼60년 뒤 가동이 종료되더라도 폐로와 핵연료 및 폐기물 처리 비용은 초장기적으로 발생한다”며 “그런데도 원전이 싸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은 이런 ‘백 엔드’(후처리) 비용이 감춰져 있고, 해당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눈에 보이는 건설비, 연료비, 운전 보수비뿐 아니라 사고 처리 비용과 ‘폐로 그 후’ 비용의 부담 주체를 논의해야, 그 과정에서 실제 원전 비용이 분명하게 계산되고 체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3월 10일 일본 후쿠시마 사고 현장 주변 나미에에서 경찰들이 잔해를 뒤지며 실종자의 흔적 등을 찾고 있다. 사고가 난 지 만 3년을 하루 앞둔 때다. 후쿠시마/AFP 연합뉴스
2014년 3월 10일 일본 후쿠시마 사고 현장 주변 나미에에서 경찰들이 잔해를 뒤지며 실종자의 흔적 등을 찾고 있다. 사고가 난 지 만 3년을 하루 앞둔 때다. 후쿠시마/AFP 연합뉴스
‘불분명한 책임’ 문제 때문에, 실제 수백조원의 사고 처리 비용이 발생한 일본에서도 체감과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생기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도쿄전력이 사고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주고 있지만, 재원은 정부가 지원한다. 2011년 사고 직후 일본 내각은 인가법인 형태로 ‘원자력손해 배상기구’를 꾸린 뒤 ‘상한을 두지 않고, 필요하다면 몇 번이든 원조해 사업자를 채무초과 상태로 만들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오시마 교수는 “그 결과 일본 정부는 금융기관에서 막대한 돈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며 “차입에 따른 이자까지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실제로는 도쿄전력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니 전력회사들은 계속 원전을 싸다고 착각하고, 또 그렇게 주장하게 되는 것”이라며 “전반적인 비용 지급 구조가 워낙 복잡해 일본 국민도 자신들이 세금과 전기요금으로 후쿠시마 사고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원전사고 처리 비용에 대한 재논의가 시작됐다.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올 초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손해배상 책임 상한을 없애는 원자력손해배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부지당 약 5천억원으로 상한이 정해져 있어, 이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 원자력안전위의 법 개정 시도에 대해 원자력계는 ‘불필요한 규제 강화’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겐이치 교수는 “사고 처리 비용 등에 대한 부담 의사가 없으면서 원전이 싸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한국에서는 원전사고 처리 비용을 적절히 계산하고, 그 비용 부담 주체를 명확하게 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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